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돈 푸는 추경 제발 더 없어야 한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방역 상황도 소비 조장할때 아닌데

법적 요건 안맞는 재난지원금 결정

대선 앞서 돈 풀기 또 나올까 걱정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정부와 여당이 기어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돈을 살포하고자 한다. 총 33조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피해 지원, 신용카드 캐시백 등이 내용이다. 이번 추경은 법적 요건도 안 맞고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정부는 예상보다 더 걷히는 세금으로 지출하며 국채가 재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국가 빚에 대한 우려를 덜어보자는 의도다. 그런데 올해 예산에 따르면 연간 재정 적자가 112조 원으로 빚을 내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상황이다. 추가해 3월 1차 추경을 하면서 10조 원의 국가 빚이 더 늘었다.

정부의 모습은 마치 은행 대출과 카드 빚을 잔뜩 지고 있는데도 통장에 조금 남은 현금을 손대고자 안달이 난 사람과 같다. 국가재정법에는 더 걷힌 세수를 지방교부세,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 지방 스스로는 재정이 적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교부세도 적자를 메워주기 위한 목적이다. 즉 돈이 남으면 우선 빚 갚는 데 사용하라고 법으로 정해져 있고 추경은 그다음 고려 대상이다.



정부의 2차 추경 사업 대부분은 추경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규모 실업, 남북 관계와 같은 중대한 여건 변화가 추경 요건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4.2%로 침체 상태가 아니고 지난해처럼 감염병이 창궐하는 상황도 아니다. 굳이 꼽는다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지원은 재해와 연관돼 당위성이 인정되나 1차 추경으로도 지원했기 때문에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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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매우 큰 재난지원금은 재정 논리로도 경제적 효과에 비춰도 타당성이 없다. 지금 추경을 편성해가면서까지 현금을 살포할 때가 아니다. 오죽하면 정부도 지난해 써먹었던 전국민재난지원금이라는 말 대신에 상생지원금이라는 표현으로 바꿨을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뿌린 돈의 소비 진작 효과도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신용카드 캐시백 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2분기보다 3분기에 신용카드를 더 많이 쓴 사람에게 월 10만 원까지 지원하며, 거꾸로 3분기보다 2분기에 많이 사용한 사람한테는 안 준다. 그런데 국민경제적으로 꼭 3분기 소비를 늘려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연내 통화정책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시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방역 측면에서도 지금 정부가 앞장서 소비 붐을 조성할 때가 아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고 있으며 1차 백신 접종 완료 목표인 오는 9월 말까지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방역 당국도 경고했다.

신용카드 캐시백은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줄다리기가 낳은 부산물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피해 계층에 초점을 맞춘 선별 지원을, 선거를 염두에 둔 여당은 모든 국민에게 돈을 주는 보편 지원을 주장했다. 결국에 재난지원금 대상을 국민 80%로 하되 제외된 고소득자를 겨냥해 신용카드 혜택을 주자는 방안으로 합의했다. 홍 부총리는 정치권 압력에 버텨내며 선별 지원을 관철했고 여당은 모든 국민을 위한 대책을 만들었으니 서로 묘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바둑의 고수는 정수를 찾아 뚜벅뚜벅 둬나가 승리를 거두는 사람이다. 흔히 바둑을 망친 사람이 기상천외한 묘수를 찾고자 애쓰며 승률도 낮다.

2차 추경 후에도 정치권이 내년 3월 대선에 앞서 또다시 현금 살포 대책을 들고나올지가 걱정이다. 누가 무슨 핑계를 내세우든 이 정부 추경은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 되도록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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