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 주식 체질 판독법







주변에 주식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매사 군더더기 없고 특히 감정선이 심플하다는 것. 나처럼 ‘이때 더 샀어야 했는데, 좀만 묵혔다 팔았으면 재킷을 하나 사는 건데’ 하는 미련 많은 사람들은 같은 기간 같은 돈을 굴리는 데 드는 에너지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 그 주식을 사고팔기까지 걸린 세월과 그만큼의 내 에너지를 환전해 괄호 속에 병기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그것이 미련이고 우유부단함이고 주식 못 하는 나의 성격임을 인정해본다. (…) 모두가 될 수 있는 것이 개미지만, 꼭 모두가 될 필요도 없는 게 개미인 것이다. (홍민지, ‘일희일비의 맛’, 2021년 드렁큰에디터 펴냄)



한 출판사가 몇 달 전 ‘동학개미’들을 향한 포고문을 올렸다. 주식 때문에 울고 웃는 개미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개미일기’를 집필한 작가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초보투자자들을 냉엄하게 혼내며 주식의 A to Z를 가르치는 책도 아니요, 투자의 귀재들이 설파하는 비밀도 아닌, 개미들의 생존기와 고민, 중독적인 즐거움 그 자체를 담은 에세이를 기획하기로 한 것이다. 수많은 개미 작가들과 원고가 밀려들었고, 그중 선택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대박나려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온갖 당위 명제들이 범람하는 이 땅의 주식책들 사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잘못 살아서 주식 수익이 이 모양인 양 혼나지 않고 초조해하지도 않으며 읽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식책일지도 모르겠다. 주식 ‘떡상’과 ‘떡락’에 일희일비하는 것조차 즐길 수 있는 배포와 일상의 밸런스를 장착하고 나면, 주식도 게임이나 바둑처럼 즐길 수 있는 무엇이 된다. 그러면서도 주식이 앉아서 쉽게 돈 버는 수단 같지만, 그 수익 안엔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시간과 마음고생에 해당하는 비용까지 들어 있다는 조언에는 만만찮은 인생론이 담겨 있다. 오늘도 일희일비하며 버티고 있을 개미들의 건투를 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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