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마오쩌둥처럼 영구집권 노리는 시진핑…"中정치 불확실성 키운다"

[중국 공산당 100년, 기로에 선 시진핑]

<하> 커지는 체제 딜레마

집단영도·권력승계 관례 거스르고

내년 당대회서 3연임 기정사실화

毛만이 가졌던 '당 주석'까지 눈독

"민주적인게 없다" 글로벌 왕따로

習, 부패척결 내세워 비판에 재갈

납작 엎드리는 국민, 무기력 확산





덩샤오핑 이후 30년 동안 유지돼온 중국 집권당인 공산당의 권력 분점형 ‘집단 영도’와 ‘주기적 권력 승계’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과두제로 운영되던 공산당의 권력이 시진핑 정권 들어 급반전, 다시 1인에게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집권 3기에는 마오쩌둥식 개인 독재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예측 가능한 정치제도가 경제성장·발전의 기본 요소라는 점에서 중국 및 글로벌 경제에도 악재다.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중국몽’을 앞세우는 가운데 중국식 일당 체제의 딜레마가 커지는 상황이다.



30일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내년 10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3연임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행사들은 시진핑 권력의 견고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기회다. 한 관계자는 “시진핑이 3연임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각국이 대중국 정책 수립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외신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5일 기사에서 “시진핑의 후계자는 확실하지 않고 그가 10년 이상 집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3월 양회를 앞두고 미국 CNN도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권력은 한층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동안 역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는 5년씩 두 번의 임기에 10년을 통치한 후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시진핑은 2018년 헌법의 2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중국에서 당내 민주화와 세대교체를 위해 도입한 집단 영도와 주기적 권력 승계는 덩샤오핑의 구상이었다.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 발동으로 중국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은 마오쩌둥식의 개인 독재와 영구 집권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산당 중앙위원회 집단 영도 체제와 10년 임기를 규정했다. 1992년부터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총서기를 10년씩 했고 덕분에 시진핑도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사실상 ‘황제’로 평가되던 마오쩌둥 이후 최고 지도자의 개인 권력은 점차 약해져 후진타오까지 내려왔다. 훨씬 자유로운 상황에서 경제성장에 힘을 쏟았고 지금의 주요 2개국(G2) 지위를 획득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는 역주행 중인 셈이다. 시진핑은 마오쩌둥만이 가졌던 무소불위의 ‘당 주석’까지 노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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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개인 권력 강화에 대해 중국 당국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즉 중국몽 실현이라든지 서방의 압력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체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독일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의 니스 그륀베르크 분석가는 “시진핑이 국가를 위해 일할 시간을 더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중국 정치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주입했고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중국을 ‘글로벌 왕따’로 몰아넣고 있는 미중 갈등은 시진핑의 개인 독재 움직임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은 중국의 2018년 3연임 헌법 개정을 계기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개인에 대해 “민주적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의 중국이 당초 미국 주도의 글로벌 체제와 순조롭게 통합될 것이라는 기대는 냉전 이후 최대의 전략적 실패”라고 논평했다.

이는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 곤혹스러운 입장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의 체제에 순응하자니 중국 외 민주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검색 엔진 빙에서 ‘톈안먼 탱크맨’을 삭제해 곤욕을 치렀다.

시진핑의 권력이 강화되면서 부패 척결의 강도가 세지고 이는 국내 비판자를 제거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는 지적이다. 중국인들은 현재 납작 엎드린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하이의 전직 미디어 관계자를 인용해 “예전에는 총서기 후계자를 두고 내기까지 걸었지만 지금은 그런 언급 자체가 금기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국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판 N포 세대인 ‘탕핑족’이 급속히 확산 중이다. 출산 기피에 따라 올해 중국의 총인구가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출산 인구는 1,2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8%나 줄어들었다.

반면 공산당은 지배력 유지를 위해 공산당원 숫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날 공산당 조직부 발표에 따르면 6월 5일 현재 중국 공산당원은 9,514만 8,000명(총인구의 6.7%)이다. 2019년 말에 비해 324만 4,000명 늘었다. 특히 2020년부터 올해 6월 5일까지 가입한 신규 당원은 473만 9,000명이나 됐다. 덕분에 2016년 9.4%였던 공산당원 가입 승인율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평균 23.6%로 상승했다. 당원 되기가 훨씬 쉬워진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오쩌둥 시대 권력 투쟁 때와는 달리 이제 G2가 된 중국의 혼란은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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