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외세의 간섭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불공정 무역과 인권·코로나19 등을 고리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 등 서방과의 갈등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 집권을 추진하는 시 주석으로서는 대외 긴장을 고조시켜 중국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중국 인민을 억압하는 자는 (중국인) 14억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며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는 안 돌아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받은 모든 고난을 나열하고 이의 원인은 서방의 침탈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른다(頭破血流)’는 말은 앞서 지난해 10월 23일 그의 ‘항미원조(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 연설’에서도 등장한 바가 있다. 최근 이런 과격한 말이 자주 사용되는 것은 그만큼 미국 등 서방에 대해 강경하게 나가려 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제국주의와 패권주의의 전복 기도와 무력 도발을 이겨냈다”면서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세계에 선포한다”고 말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또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은 다른 나라를 괴롭히거나 억압하며 노예화한 적이 과거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그 어떠한 외국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공산당 일당독재 폐해, 신장위구르·홍콩 인권침해, 불공정 무역, 코로나19 중국 기원론 등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문제 제기 공세까지 ‘중국 인민에 대한 억압’으로 교묘하게 비틀어 시진핑 자신과 공산당 방어에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서방의 ‘공산당, 중국 국민 분리 대응’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과 인민을 대립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절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해외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이번 100주년을 계기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었다. 미국에 이어 유럽·호주·일본 등과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대립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시 주석은 코로나19 방역 성과와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정면 대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노리고 있는 시진핑으로서는 미국과의 긴장 상황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시 주석은 기존 목표였던 먹고살 만한 상태를 가리키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올해 실현됐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 자립, 반부패 투쟁, 강군 육성 등을 통해 두 번째 100년 목표인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대만·홍콩 문제 등에 대해 타협이 없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 의도를 단호히 분쇄하면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이자 중화민족의 염원”이라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며 ‘평화 통일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시진핑의 오늘 연설이 예상밖으로 강경했다”며 “미중 긴장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