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 대권 경쟁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뚜렷한 열세에도 큰 뜻을 품은 '언더독'이 속출하면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만 10명을 훌쩍 넘겼다. 보수 진영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1일 국회에서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초선인 윤희숙 의원은 2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앞서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지난 15일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호남 출신 장성민 전 의원의 국민의힘 영입과 대선 출마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의 지지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시대정신을 등에 업고 선전한다면 얼마든지 국민의힘 대표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대권 주자가 난립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야당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기존 대권 주자 중 누구도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한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등 '빅3'로 불려온 이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이 군소 주자들이 틈새를 파고드는 모양새다.
당 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을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도 한 가지 배경으로 꼽힌다. 야권 대장주인 윤 전 총장이 만에 하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불참할 경우 한 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을 저마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경선 참여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기에는 제1야당 대표 주자 자리만 거머쥐면 장외 대어를 손쉽게 제압하는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학습 효과도 기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경선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우리 당이 가진 건강성과 활력을 보여주는 좋은 징조"라며 "민주당과 매우 비교되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당내 경선판이 달아오르면 장외 주자들도 조기 합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