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할 때 자신이 곡 구성을 주도하면 듣는 즐거움이 배가되지요. 사용자의 입맛대로 음원을 변형·제어하는 기술로 기존 음악 시장의 틀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음원 기술 스타트업 버시스의 이성욱(50·사진) 대표는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체 개발한 참여형(인터랙티브) 음악 플레이어를 조만간 국내 스마트폰·TV 등 디바이스에 실어 소비자에게 선보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버시스의 음원 변형 기술은 사용자가 음악을 게임처럼 갖고 놀 수 있게 만든 능동형 재생 기술이다. 가령 가요 음원을 띄운 뒤 스마트폰 화면의 둥근 버튼을 이리저리 끌거나 두드리는 것만으로 재생 속도, 리듬을 바꿀 수 있고 특정 악기 소리의 삭제나 추가도 가능하다. 원하면 악기 반주를 모두 빼고 가수의 목소리만 듣거나 아예 목소리 성별을 바꿀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사용자 아바타가 나와 노래에 맞는 즉흥 랩을 하거나 사용자 목소리를 따와 삽입하는 기능도 추가 개발하고 있다”며 “이들 편곡 기능을 별도 매뉴얼로 익히지 않아도 버튼을 움직이며 직관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변형·편곡 기능에는 음원 분리 기술 외에도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 합성, 자동 생성 기술이 적용됐다. AI 머신러닝을 통한 음원 데이터 학습 후 목소리, 드럼 소리 등을 분해해 재선택하는 원리다. 머신러닝한 대상은 주로 대중음악이지만 현재 클래식 음악을 빼고는 장르에 큰 제약이 없다. 버시스는 관련 기술로 국내와 미국에 특허 4건을 출원했다. 그는 “해외에 스뮬·엔드레스 등 유사한 서비스가 있지만 국내에서 분리·합성 및 자동 생성 기술을 모두 갖추고 상용화한 곳은 버시스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버시스는 이 기술을 알리기 위해 지난 4월 국내 싱어송라이터 ‘수민’과 손잡고 자체 음원을 앱스토어에 선보였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의 지원으로 기술을 개발한 버시스는 연내 플레이어를 삼성 스마트폰, LG TV 등에 탑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TV가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해 변형·편곡할 수 있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라며 “플레이어가 탑재되면 기술 사용료가 버시스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삼성물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 대표는 2002년부터 7년간 당시 무선 멀티미디어 ‘핌’ 서비스를 운영한 다이렉트미디어 사장을 지냈다.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로서 능동형 음악 서비스에 갈망이 컸던 그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가 카네기멜런대에서 컴퓨팅 관련 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지에서 음악 관련 하드웨어 벤처도 설립했던 그는 귀국 후 2019년 버시스를 세웠다. 버시스는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의 ‘혁신 성장 인큐베이션’ 대상을 수상하고 삼성전자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더’로도 선정됐다.
그는 “이번 기술로 소비자의 음악 소유 욕구를 높여 현재 빌려서 듣는 형태의 스트리밍 이전으로 음악 시장을 복원하는 데도 한몫하는 게 목표”라며 “원치 않는 소리를 거부하는 요즘 MZ세대를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버시스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모바일은 물론 웹이나 자동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스트리밍 시대 다음은 분명 참여형 음악”이라며 “이를 장르화·상용화한 첫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