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4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자동차·귀금속 판매 업종 등에서 개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업은커녕 폐업하는 술집·유흥업소 등이 많은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업종 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서울경제가 BC카드 데이터분석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제과 등 식료품 판매, 차량 판매, 귀금속 판매, 레저용품 판매, 인테리어와 관련해 개업한 가맹점이 증가했다. 이 조사는 서울 9개 대표 상권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1구간(2018년 5월~2019년 4월), 코로나19 기준점인 2구간(2019년 5월~2020년 4월)과 3구간(2020년 5월~올해 4월)으로 나눠 진행됐다. 업종별로 보면 3구간에서 제과 등 식료품 판매 업종을 개업한 가맹점은 2구간 대비 22.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메라 용품과 관련해 개업한 가맹점은 20.77% 늘었다. 이어 차량 판매 업종 8.8%, 귀금속 판매 업종 6.71%, 레저용품 판매 업종 6.08%, 인테리어 업종이 5.98%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초기에도 이들 업종에서 개업이 잇따랐던 것은 아니다. 제과 등 식료품 판매 업종의 경우 개업 증가율은 1구간 대비 2구간에 -0.8%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카메라 용품을 판매하는 가맹점은 -9.23%, 차량을 판매하는 가맹점은 -0.33%, 귀금속을 판매하는 가맹점은 -10.78%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이들 업종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보다 개업이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에 반전을 일으킨 요인으로 ‘보복 소비’를 꼽고 있다. 개업하는 가맹점이 늘어난다는 것은 해당 업종의 시장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기대심리를 근거로 한다. 코로나19가 처음 전국적으로 유행할 때만 해도 외출을 자제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상황이 바뀌었다.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강하게 표출된 데다 해외여행 대신 자동차·귀금속 등 사치성 품목에 소비하려는 수요가 높아졌다. 이에 관련된 업종에서 새로 문을 여는 ‘사장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주점, 유흥주점, 레저 시설의 방문 및 이용을 기피하는 현상은 개업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주점의 경우 1구간 대비 2구간에 개업한 가맹점이 -12.88% 줄었지만 2구간 대비 3구간에서는 -32.34%로 악화됐다. 유흥주점 또한 같은 기간 -12.27%에서 -34.43%로 떨어졌다. 노래방·헬스장·볼링장 등 레저 시절은 -9.26%에서 -19.92% 배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학원이 -24.97%에서 -9.57%로 감소 폭이 줄었다.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치가 계속되자 점차 개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유흥주점과 주점은 조사 기간 내내 개업한 가게보다 폐업한 가게 수가 더 많았다.
BC카드 측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오프라인에서 사치성 소비, 보복 소비 관련 개업한 가맹점이 증가하지만 주점·유흥주점은 개·폐업의 격차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실제 소비는 별개의 문제지만 시장의 기대심리는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