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빚 안낸다고 했는데...與 국민지원금 확대 요구에 꼬이는 정부 재정플랜

與, 맞벌이 가구 기준 완화 거론

일부선 100% 보편지급 주장도

국민지원금 대상 더 확대하려면

기존 추경 사업 일부 삭감 필요

"당정협의 인정않는 행위" 비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피치 국제신용평가사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피치 국제신용평가사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정부가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소득 하위 80% 국민지원금과 신용카드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을 대거 뜯어고치겠다고 벼르고 있어 추가 재원 필요성이 제기된다. 통상 국회에서는 정부안보다 감액하는 관례가 있어 현재 규모에서 국민지원금 대상을 확대하려면 계획한 추경 사업 일부를 삭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사업 지출 구조 조정으로 재원을 만들거나 상환하기로 약속한 2조 원을 건드려야 하는데, 모두 명분이 떨어진다. 특히 당정 협의를 거쳐 합의한 결과물을 인정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표’만을 바라보는 정치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6일 당정에 따르면 민주당은 7일 오후 2차 추경안에 대한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지원금과 캐시백에 대한 당론을 정할 계획이다. 자체 여론조사를 반영해 현행 소득 하위 80%를 유지하되 맞벌이 가구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는 안부터 90%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만 예외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뒤따른다. 여전히 100%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하위 80%만 받는 것은 공동체 원리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일”이라며 "재원 부족이 문제라면 차라리 전 국민에게 차별 없이 20만 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여당은 캐시백 사용처도 가전제품 등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한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사용처를 풀어주지 않으면 (정부가) 당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돈은 돈대로 쓰면서 행정 편의성만 갖고 정책을 반감시킨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등 고가의 내구재까지 캐시백 대상 사용 금액에 포함할 경우 월 10만 원 한도를 채우는 인원이 많아져 1조 1,000억 원의 예산이 금방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정부의 고민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차 지원금 때와 달리 80% 국민이 지원을 받아야 할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며 “경기 부양 효과도 없을 것 같고 돈 쓰는 목적 자체가 매표 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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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위 70%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수정됐던 2차 추경 때는 국회에서 예외적으로 9조 7,000억 원이 14조 3,000억 원으로 증액됐다. 이번에도 만약 모든 국민에게 준다면 3조 원가량이 더 필요하다. 31조 5,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추경을 편성했기 때문에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원칙과 맞지 않다. 2조 원의 채무 상환을 없었던 일로 돌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결국 캐시백을 포함해 다른 사업을 조정하거나 본예산 사업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차 추경에서는 전국 노점상 4만 명에게 50만 원씩 주려고 편성한 200억 원 중 3억 원만 쓰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적자 국채를 찍지 않기 위해 지출 구조 조정을 한다면 무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과 세수에서 더 많은 빚을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야당도 송곳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더 걷힌 세수를 쓰자고 추경을 하면서 지출 구조 조정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 지원이 아닌 선심성으로 접근한 사업은 다 점검해서 삭감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후세에 빚더미를 넘겨주지 않으려면 알뜰하게 써야 하는데 재난지원금 기준점 문제와 재정 일자리를 비롯해 불필요하게 과하게 나가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추경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과거에는 정부가 전체 추경 규모에 국채 상환금액까지 포함했는데 이번에는 별도로 구분한 점이다. 33조 원 지출에 2조 원 채무 상환이면 기존에는 35조 원 추경으로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33조 원 추경으로 공식화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출에 영향을 주지 않고, 바이백(조기 상환)과 올해 예정된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방법이 모두 있어 앞으로도 채무 상환은 추경 규모와 별도로 분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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