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92공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81초간 악수했다. 분단 후 첫 정상회담인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하나의 중국’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양안 관계를 ‘뼈를 잘라도 살은 붙어 있을 형제’로 비유했고, 마 총통은 ‘92공식(九二共識)’의 공고화로 화답했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가 협상을 통해 도출한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의 양안 관계 원칙이다. 핵심 내용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一個中國), 그 표현은 양안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各自表述)”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과 대만 국민당이 아전인수식으로 각자의 유리한 점만 보고 도달한 합의였다. 중국은 대만의 분리 독립에 선을 그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당은 대만도 중국을 대표한다는 명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명칭도 양측의 강조점을 반영해 ‘일중각표(一中各表) 공식’으로 줄곧 지칭되다가 2000년 대만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정권의 출범 직전 국민당 정권의 양안 정책 기관인 대륙위원회 쑤치 위원장이 92공식으로 명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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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상이몽은 오래갈 수 없었다.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은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고 대만 독립을 지향한다. 92공식은 더 이상 공동 인식이 아니라 되레 분쟁의 불씨가 됐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을 견지하고 조국 평화 통일 과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동시에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연일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를 보내 위협하는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으로 도피한 중국 반체제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가 최근 인터넷 생방송에서 92공식에 대해 과거 공산당이 장제스를 속인 것과 같다면서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같은 방송에 나온 중국 축구 스타 출신인 하오하이둥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이 실재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횡포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는 압도적 자위력을 갖추고 자유·민주·인권·법치의 가치를 굳게 지켜야 할 것이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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