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랜선 문상에 빈소·식당 텅텅…수익 줄어든 병원들 한숨 푹푹

조문 안가고 '부의금만 송금' 늘어

서울대·아산·삼성병원 등 '빅5'

부대수입 전년비 20~30%대 감소

"직계가족 위주로 장례문화 바뀌어

코로나 이후엔 빈소 축소 등 고민"





#. 지난 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소재 한 대형 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마련된 100석이 넘는 좌석에 자리하고 있는 조문객은 불과 10명 정도에 그쳤다. 대다수 문상객들이 퇴근 후 저녁에 조문을 한 뒤 식사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산해도 너무 한산한 모습이었다. 조문객들 보다 유가족과 상조 업체 직원들이 더 많아 보였다.



#. 같은 날 서울의 또 다른 대형 병원 장례식장. 약 200평의 공간에 마련된 200석 정도 되는 좌석의 30% 정도가 문상객으로 채워졌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조문객이 이렇게 많이 찾은 장례식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문상 인원이 49명, 100명 등으로 제한됐지만 그 인원이 다 차서 조문이 늦어진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상 문화가 확산하면서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들이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다. 예전 같으면 빈소를 직접 찾아 문상을 했던 조문객들이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부의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조의를 표하는 대신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단순히 조문객 수만 감소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장례 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병원들도 ‘포스트 코로나 장례식장’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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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세청에 따르면 아산사회복지재단(서울·강릉·정읍·보령·홍천·보성·금강·영덕 등 8개 병원 운영)의 지난해 장례식장, 직영 식당 등 부대수입은 611억 원으로 2019년(801억 원) 대비 2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 사업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2.5%로 0.9%포인트 줄어들었다.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 193억 원에서 129억 원으로 급감했다. 33.2%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15년 이후 줄곧 늘었던 서울대병원의 부대수입 역시 지난해를 기점으로 꺾였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주차장, 장례식장 수입 등 부대수입은 2015년 245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19년 281억 원으로 늘어났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전년에 비해 장례 건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힘들지만 장례식장 수입 등 부대수입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해 운용하고 있는 병원 입장에서는 장례식장 등의 부대수입을 포기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병원은 빈소 대관을 통해 적게는 수 십 만원에서 수 백만 원, 식사 제공 등을 통해 조문객 1명 당 수 만원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상을 당한 유족들이 작은 규모의 빈소를 대여하고, 조문객이 줄면 병원의 수입은 함께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대형 병원이 겉으로 보기에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아도 의료수익만 놓고 보면 적자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결국 부대수입으로 의료수입을 상당 부분 보전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례식장뿐 아니라 직영 식당 이용자도 절반으로 줄어 올해도 부대수입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병원들은 포스트 코로나 장례식장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는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하는 문화 자체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례식장을 직영하고 있는 한 대형 병원 한 관계자는 “장례식장 관련 수입이 여전히 적지 않은 상황에서 강북삼성병원처럼 병원이 장례식장 자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에서 목숨을 잃는 환자 유가족의 편의를 위해서도 장례식장을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적지 않은 조문객들이 의무감 때문에 직접 빈소를 찾았던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로 새로운 조문 문화가 자리잡았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직계 가족과 아주 가까운 친인척 정도만 모이는 장례 문화가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문화 변화를 고려해 접객실을 줄이는 대신 가족실을 키우고, 빈소 공간을 줄이는 대신 개수를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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