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실종·사망한 공무원 이 모 씨의 채무 상황 등 사생활 정보를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것은 유족의 인격권과 명예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7일 해당 사건에 대한 해경의 수사 결과 발표가 유족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과 형사과장에 대한 경고 조치를 해경청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피격 공무원 이 씨의 아들 이 모 군은 지난해 1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며 “월북 여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금융 자료를 발표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군의 어머니인 권 모(42) 씨도 “민감한 개인 신상에 관한 수사 정보를 발표해 명예 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에게 도박하는 정신 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라고 낙인 찍어 미래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해경 측은 “언론에서 피해자(이 씨)의 채무·도박에 관한 의혹 제기가 있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확인해줄 필요가 있었다”며 “이 씨의 도박 횟수·금액·채무 상황을 밝힌 것은 월북 동기를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설명”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한 공개가 당연시될 수 없다”며 해경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실종 동기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수사의 필요성과 수사의 공개 대상은 완전히 별개”라며 “고인의 경제적 상황 등에 대한 내용은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 측은 “해경이 그동안 주장해오던 월북 근거, ‘도박으로 채무가 많아 정신 공황이 왔다’는 근거는 허위일 뿐만 아니라 신빙성이 없게 된 것”이라며 해경에 사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