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해외 전장기업이 ‘나이트비전’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우리 기술력이라면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우위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이용욱(사진) 한화시스템(272210) 미래기술사업팀장은 나이트비전이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나이트비전은 해외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캐딜락 등에 장착되는 안전 센서다. 적외선 카메라가 전방 200m 사물을 감지해 야간은 물론 안개, 폭풍우 등 기상 악화 상황에도 사람·동물·차량 등을 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팀장은 “나이트비전에는 지능형 열화상 엔진모듈이라는 핵심부품이 탑재된다”며 “미국 열화상 전문기업 플리어(FLIR)가 독점하는 시장에 한화시스템이 세계 두 번째로 시스템온칩(여러가지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을 이용한 열화상모듈 개발에 성공해 ‘퀀텀레드’라는 이름으로 올 2월부터 민수 시장에 내놨다”고 설명했다.
퀀텀레드는 성능, 가격, 무게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기존 열화상 카메라는 정확하게 온도를 측정하려면 ‘블랙바디’라는 추가 장비가 필요하지만 퀀텀레드는 세계 최초로 ‘초소형 절대 온도 측정 모듈(TRSM)’ 특허 기술을 적용해 이를 일체화했다. 비용과 부피 모두 절반 넘게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시장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이 팀장은 “출시 6개월 사이 만들어 놓은 퀀텀레드 샘플이 모두 동났다”며 “업체들이 퀀텀레드와 우리의 전폭적인 기술 지원을 통해 그간 상상도 못했던 산업·의료·감시용 아이템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FLIR가 지배하던 열화상 엔진모듈 시장에 한화시스템이 균열을 내기 시작한 셈이다.
한화시스템은 열화상 엔진모듈 경쟁의 승패는 나이트비전 시장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팀장은 “2025년에 자율주행 레벨 3~4단계가 보편화하면 연간 2,000만~3,000만 대 차량이 나이트비전을 탑재할 전망이다”며 “나이트비전 개당 가격을 50만 원이하로 가정하면 10조~15조 원 시장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열화상 엔진 모듈 시장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유럽, 중국 등 경쟁국들이 속속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이 팀장은 “결국에는 인공지능(AI)으로 사람, 자전거, 동물 등을 인식하는 패턴 인식률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업체가 나이트비전 시장을 가져갈 것으로 본다”며 “한화시스템은 현재까지 FLIR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유리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나이트비전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몰두하기도 바쁜 그에게는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제대로 체온을 측정하지 못하는 중국산 모듈을 탑재한 열화상 카메라가 무분별하게 시장에 풀려서다. 방역 공백이 발생하는 데다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열화상 장비 업체들의 매출 피해도 크다. 이 팀장은 “인체 발열감지 카메라에 대한 공인 인증 수단이 없어 많은 고객들이 문제를 인지하는데도 기존 장비를 쉽게 교체하지 않고 있다”며 “열상 카메라 국제 표준을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 중으로 인증 방안을 마련하면 정확한 온도 측정을 원하는 제조사들이 퀀텀레드를 활용한 온도측정 카메라를 다수 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