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정책 기조 바꿔야 집값 잡힌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부동산투기 억제의 관점이 아니라

수요-공급 원리가 대책 출발점

임대차법 보완·민간공급 살려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부동산 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값은 10% 상승했다. 수도권은 13% 올랐고 시흥시는 25%나 뛰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셋값도 전국 5.5%, 수도권은 7.1%나 올랐다. 반년 동안 이 정도니 연간으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10억 원을 돌파했다. 고급 아파트가 아닌 말 그대로 중간 정도의 아파트를 사려 해도 이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됐으니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아득해졌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는 송구하다고 사과하고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여당도 반성의 뜻을 밝혔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을 두 번이나 바꿨지만 집값 상승은 계속됐다. 오히려 전보다 더 올랐다. 정책 기조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집값 상승분은 불로소득이므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집값이 결정되는 것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한 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집값의 10%만 내고 들어가 수년 후 값이 뛰어도 애초 가격으로 사거나 아니면 오른 가격의 절반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는 민간 주택건설 업자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사업이며 공공으로 하더라도 막대한 재원이 소요돼 누구에게나 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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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누구나집’ 시범 사업을 연내 착수하겠다고 했다. 전세난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며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재건축 규제는 풀지 않는다고 했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김현미 장관 때 계획했던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올해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부가 들어선 뒤 스무 번 넘게 들은 얘기와 별다를 게 없다.

그러니 정부에서 부동산이 안정된다고 아무리 외쳐도 국민은 믿지 않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도 집값과 전셋값이 올라 지난해 상승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내심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부동산 값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토연구원 분석으로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수도권 주택 값은 0.7% 하락한다고 한다. 한은이 0.25%씩 한두 번 인상해도 주택 가격 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부동산을 투기 억제의 관점이 아닌 수요 공급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대책의 출발점이다. 첫째, 지난해 임차인 보호라는 명분으로 급히 만들어진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전세대란을 초래해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고 전셋값·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그냥 두면 내년 6월 계약 갱신 시점에 또 한번 전셋값이 요동칠 것이다.

둘째, 민간의 주택 공급 기능을 살려야 한다. 세계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는 토지 공유를 표방한 중국의 베이징·상하이·선전 등이다. 민간재건축의 수익이 생기는 것을 경계해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분양가상한제로 공급가격을 인위적으로 누르면 장기적으로 공급 물량을 줄여 오히려 주택 가격 안정을 저해한다.

셋째, 공공의 역할을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 주택 정책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한다면 장기 대출과 공급 계획을 적절히 조합해 생애 한 번 주택을 갖는 데 국가가 도움을 주는 것이다. 빈부격차 등 다른 고려 요소는 주택 정책에서 떼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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