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과학이 도구로만 취급되는 韓사회에 일갈

[책꽂이-과학의 자리]

김우재 지음, 김영사 펴냄





1년 반 가까이 진정 기미가 없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세계인들은 ‘과학의 힘’을 새삼 깨달았다. 반면 과학의 정치화라 말해도 좋을 만큼 백신, 마스크 착용, 감염 확산 추이 등 코로나19를 둘러싼 과학적 요소 하나하나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 당하는 모습도 허다하게 목격됐다.



‘초파리 과학자’로 대중에 알려진 김우재 하얼빈공대 교수는 신간 ‘과학의 자리’에서 이처럼 과학이 일종의 도구로만 취급될 뿐 “한국에는 과학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책에서 그간 ‘한국 사회에서 과학과 과학자 사회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온 주제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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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의외로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서양 근현대사에서 과학의 역할과 사회에 미친 영향부터 꼼꼼하게 고찰하며 모든 학문이 과학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설명한다. 근대 프랑스에서는 볼테르가 뉴턴을 소개하며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에 불을 지폈고, 디드로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책에 담고자 ‘백과전서’를 편찬했다. 독일에선 칸트가 뉴턴의 과학적 방법론과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철학적 토양으로 삼았다. 19세기, 20세기에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졌다. 동물학자 토마스 헉슬리, 철학자 화이트헤드, 경제학자 케인스 등은 과학적 방법론을 생물학·철학·경제학 등 인접 학문에 적극 활용했다. 과학자는 철학자가 됐고, 이들은 사회에 적극적으로 발언권을 행사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과학과 여러 학문의 접목에 힘입어 서구 사회는 세계대전, 대공황 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반면 한국에서 과학은 흔히 ‘과학기술’이라고 칭하는 데서 볼 수 있듯 경제적 효용과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일종의 도구로만 취급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회적 논의에 인문학자만 가득하고 과학자는 배제됐으며, 일부 과학자는 과학의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고찰하고 실천하기보다 자기 홍보 수단으로 쓰는 연예인이 됐다.

저자는 과학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가 새로운 발견을 가능케 하는 방법론이란 점에 있으며, 사유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때 한국 사회도 ‘과학적 사회’로 이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필요한 건 평균적인 시민 모두가 마스크와 백신의 중요성을 삶 속에 체화하는 ‘삶으로서의 과학’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이 책 역시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는 전제를 고수하면서 사회적 맥락에 따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음은 아쉬운 대목이다. 2만4,800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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