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안경도 新舊산업 갈등...상생해법 나올까

안경 온라인 판매 추진한 '딥아이'

안경協 반대로 사업 시작도 못해

기재부, 상생기구 열어 조정 나서

가격 등 무기로 플랫폼사 급성장

전문 직역과 갈등 전방위로 확산

김종석 안경사협회장이 지난 1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안경사협회김종석 안경사협회장이 지난 1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안경사협회




최근 법률 정보 플랫폼 로톡이 헌법 소원까지 청구하며 ‘제2의 타다’ 사태로 비화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온라인 안경 판매를 놓고 전통 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이 빚어지며 또다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타다·로톡·강남언니 등 신산업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불거진 전문 직역과 스타트업 간 갈등이 안경 업계로까지 이어지면서 신구 산업의 갈등이 전방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안경 온라인 판매 서비스 ‘한걸음 모델 상생조정기구’ 첫 회의를 열고 대한안경사협회와 안경 커머스 ‘딥아이’ 간 갈등 조정에 나섰다.




딥아이는 지난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신청하고 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추진했다. 정부는 ‘한걸음 모델’ 제도를 통해 도수 안경의 온라인 판매 실증 특례를 진행하려 했지만 대한안경사협회 등 안경사들의 반대로 현재는 사업이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딥아이는 모바일을 통해 가상으로 안경을 써보고 마음에 드는 안경을 주문해 배송하는 서비스를 사업 모델로 하고 있다. 안경 제작을 위해 안과나 안경원에서 시력을 측정하고 정보를 온라인에 입력하면 안경사들이 도수 안경을 제작해 배송한다. 문제는 현행법상 도수가 있는 안경과 안경테 등은 안경사만 판매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날 회의에는 안경 온라인 판매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업체를 비롯해 대한안경사협회와 한국소비자연맹 등 이해관계자와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참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9일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안경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 한걸음 모델 신규 대상 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한걸음 모델은 신산업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조정 등을 위해 지난해 도입된 제도로, 농어촌 빈집 숙박 등 3건 과제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안경 온라인 판매 허용을 요구하는 신사업자 측은 소비자 편의성 증진과 선택권 강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기존 안경 판매 업계는 국민 눈 건강 악화와 생존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일 안경사협회는 기재부 앞에서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반대 집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김종석 안경사협회장이 직접 삭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딥아이 측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온라인에서 도수가 있는 안경 구매가 활성화돼 있고 온라인 판매로 오히려 지역 상권 중심인 안경사들의 영업권역 확대도 가능하다”며 소비자 편의와 업계 판로 확대, 세계적 추세 등을 고려해 온라인 판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기존 전문 직역 간 갈등은 올해 들어 심화하고 있다. 전문 직역군은 자격증과 법적 보호를 기반으로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들이 정보기술(IT)을 통한 투명한 정보로 가격 합리화를 내세우며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문 직역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은 변호사협회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변협은 로톡의 변호사 광고가 변호사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톡도 헌법재판소에 변협이 개정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대해 헌법 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은 앞서 오는 8월부터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가입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최근 세무사회는 세무회계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를 세무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세무사회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세무사 자격증이 없음에도 과장된 환급금을 제시하고 불법적으로 세무 대리 업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자비스 관계자는 “개인 대상 세무 서비스는 세무사 사무실 이용이 어려운 아르바이트, 배달·택배 기사, 플랫폼 근로자 등 일반인이 대상”이라며 “1인당 평균 10만 원대 소액 환급금을 돌려주는 서비스로 기존 세무법인 시장에서 다루지 않은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는 의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스타트업도 미용의료 광고 심의를 받도록 하는 개정안이 나오면서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전문 직역과 스타트업의 갈등은 한마디로 ‘밥그릇’ 싸움”이라며 “‘라이선스’라는 진입 장벽으로 가격 경쟁이 심하지 않았던 분야에 스타트업이 가세하며 가격 경쟁이 본격화 되자 분쟁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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