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정부의 최근 경기 진단에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거리 두기 4단계에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마냥 낙관론을 이어가기가 어렵게 되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내수가 불안해도 수출·투자 등이 호조를 보이는 만큼 성장률 목표치 4.2%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 7월호(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 회복 및 내수 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용이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내수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가 경기 진단에서 불확실성을 언급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8개월간 그린북에서 ‘실물경제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후 수출과 소비가 증가하면서 3월 ‘불확실성’을 삭제했고 지난달에는 “내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다시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아직 위험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2월까지 썼던 ‘실물경제 불확실성’ 표현 대신 이달에는 ‘내수 불확실성’으로 범위를 한정한 데다 ‘가능성’이라는 말을 덧붙인 것은 이 때문이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 4.2%를 지금 시점에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계의 수위를 바짝 올리지 않는 것은 수출과 고용지표의 회복 때문이다. 6월 수출은 전년 동월(392억 달러) 대비 39.7% 증가한 548억 달러였다. 일평균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달의 16억 7,000만 달러에서 22억 8,000만 달러로 36.8% 늘었다.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2차전지를 비롯한 15대 주력 품목의 수출이 모두 증가했다. 취업자 수 또한 5월에 전년 동월 대비 61만 9,000명 많아진 데 이어 6월에도 58만 2,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3.8%로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고 고용률은 67.1%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책점검회의에서 “1월 저점 이후 5개월간 84만 6,000명의 취업자가 증가해 코로나19 직전(지난해 2월) 대비 99.4% 수준까지 회복됐다”며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인 상용직 근로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청년층 고용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할 때마다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했다는 점도 정부가 보수적인 경기 진단을 한 원인이다. 김 과장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대면 서비스업 회복 흐름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확산 속도나 지속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1차 확산기에는 소비가 크게 위축됐지만 2차·3차로 갈수록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에 적응해 재확산의 소비 영향이 감소하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소비 재위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붕괴는 향후 경기 전망의 리스크 요인이다. 6월 고용 동향을 보면 고용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새 8만 4,000명 감소하며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역대 가장 많은 상황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고용 개선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차관은 이날 “방역 조치 강화로 고용 시장의 어려움이 확대될 우려가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6월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 둔화와 석유류 기저 효과 완화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해 5월(2.6%) 대비 오름 폭이 축소됐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1.5% 올랐다.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조기 테이퍼링이 이뤄지면 국내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정부가 재정이라는 정책 수단을 갖고 있으니 4.2% 성장률을 자신하는 것”이라며 “내년 3월 대선이라는 정치적 요인 때문에 하반기에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라도 추경을 하자고 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