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몰다 60대 인부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 여성은 재판 내내 눈물을 흘렸지만 유족은 합의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박소연 부장판사는 20일 권 모(30)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권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권씨는 재판 시작부터 심하게 흐느꼈다.
권씨는 지난 5월 24일 오전 2시께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철 방음벽을 철거 중이던 일용직 노동자 A(60)씨를 자신의 벤츠 승용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사고 당시 권씨의 차량 시속은 148㎞였으며, 혈중알코올농도는 0.18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또 검찰은 A씨가 지난해 8월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의 약식 명령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권씨는 첫 공판 전까지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취지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6차례 제출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의할 생각이 없다"며 "이버지 삶의 마지막을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채로 보내드렸던 것이 힘들었다"고 울먹였다. 유족은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고로 아버지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얼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며 권씨의 엄벌을 촉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9월 17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에서 A씨의 유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