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기업 휴젤(145020) 인수전에 등장했다. 그룹 내 바이오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신중히 살피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의 등장에 휴젤 인수전이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휴젤 입찰 참여를 염두에 두고 실사에 착수했다.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과 국내 대형 회계법인 1곳 등 자문사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주력 계열사가 주도하며 실제로 인수에 나선다면 삼성물산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휴젤 인수 추진은 바이오 사업 강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휴젤은 필러 등 단순 미용 제품뿐 아니라 보툴리눔톡신을 활용한 바이오 의약품을 제조, 소아 뇌성마비나 뇌졸중 치료 및 완화제 등을 제조할 기술을 가졌다고 평가 받는다. 주요 대기업들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삼성이 휴젤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휴젤 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은 당초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용히 인수자를 찾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GS·SK그룹 등도 참여,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돼 가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희망 매각가는 2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업 시너지가 날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계 1위인 삼성의 인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매각전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뇌성마비·뇌졸중 치료제 시장 공략?…대기업들 휴젤 '러브콜'
지난 1973년 미국 스미스-케틀웰 안과연구재단의 의사 앨런 스콧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지나치게 수축된 사시 현상을 치료하는 비수술적 방법을 찾고 있었다. 다양한 물질을 외안근에 주입했고 당시 ‘보툴리눔톡신’도 포함됐다. 증상은 완화됐고 해당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후 미국 FDA는 임상 실험을 거쳐 1978년 보툴리눔톡신의 사시 치료제로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가했다. 보톨리눔톡신 치료제 시장의 시작이었다.
국내 주요 대기업에 이어 삼성까지 휴젤 인수 전에 등장한 배경에는 보툴리눔톡신을 활용한 치료제 시장이 있다. 필러로 대표되는 미용 성형 제품 뿐만 아니라 난치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업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보툴리눔 치료제 시장 정조준하는 대기업들 = 휴젤은 흔히 주름을 펴는 주사인 보톡스로 잘 알려져 있다.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을 2010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2015년까지 관련 분야 국내 1위였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을 벌이고 품목 허가 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휴젤은 선두로 도약했다. 보툴리눔톡신은 근육에 영향을 주는 물질인 만큼 주름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치료제로 활용 가능하다. 사시나 안면경련 뿐 아니라 소아뇌성마비, 뇌졸중 후 근육강직, 근막동통증후군, 전립선비대증, 요실금 등 다양한 분야 치료제로 개발 가능하다. . 난치병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단 점은 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 역시 휴젤이 가진 보툴리눔톡신의 의약품에 주목하고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의 치료제 부문은 신약의 복제약인 바이오제네릭 제품으로 그룹 내 바이오 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이 인수 주축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보툴리눔톡신은 1g으로 100만명을 사망 시킬 수 있는 맹독으로 분류된다. 이렇다 보니 제조시설은 특수 건물 및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많은 국가는 바이오 테러를 피하기 위해 보툴리눔 균주의 수입을 금지, 균주나 원료를 입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미 시장에 뛰어든 업체 외에 경쟁자가 진입하기 힘든 과점 시장이다.
◇ 삼성까지, 달아오르는 휴젤 인수전 =아직 국내에서는 필러 등 미용 분야 비중이 높지만 선진국은 치료제 시장이 미용 시장보다 비중이 높은 편이다. 휴젤에 따르면 선진국 시장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치료용 시장 약 55%, 피부미용 시장 약 45%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본다면 납득이 되는 부분”이라며 “균주를 확보해 삼성 내 바오 기업들과 시너지를 내고 치료제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실사 이후 실제로 인수전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신세계 역시 인수를 검토하다 발을 뺀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주요 기업은 출사표를 던졌다. GS가 대표적이다. 주력 GS칼텍스, GS에너지 등 정유 업종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고 탈탄소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신사업이 필요하다. 성공한다면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첫 조 단위 M&A가 된다. SK도 참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실제로 인수전에 참여하면 휴젤의 몸값 자체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