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인돌2.0] “‘프랑켄슈타인’에 생각할 거리가 이렇게 많다니 놀라워요”

송파도서관이 마련한

윤민정 강사의 ‘우리 안의 천사 혹은 괴물, 프랑켄슈타인’

서울 배명고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철학과 문학을 연결해 통찰하는 시간 가져

윤민정 강사가 지난 19일 서울 배명고등학교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만나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철학적 요소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윤민정 강사가 지난 19일 서울 배명고등학교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만나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철학적 요소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9일 여름방학에 들어간 서울 배명고등학교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실에 모였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 익숙한 ‘프랑켄슈타인’에 관한 특별한 강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송파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강좌였다.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문학자 윤민정씨가 강의를 맡았다. 이날 강의에서 윤 강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내용을 철학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며 학생들에게 생각할 요소들에 대해 설명했다.



윤 강사는 “문학은 공고히 다져놓은 철학적 개념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고 운을 뗐다. 철학이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이성적인 관점에서 일반화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문학은 주관적·개별적인 경험으로 철학이 일반화한 개념들에 대한 반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 메리 셸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에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을 통해 선과 악,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 속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시신들의 뼈와 살을 이용해 ‘괴물’이라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었다. 괴물은 비록 몸집은 성인 이상으로 컸지만 정신연령은 막 태어난 아이와 같았다. 스스로 언어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괴물은 자신의 정체성 대해 고민을 하는 등 인간의 성장 과정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추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냉대와 무시를 당하자 괴물은 복수와 증오로 불타 살인 등의 ‘악’을 행하는 존재가 됐다.



윤 강사는 “작가는 아이같이 순수했던 괴물이 악을 범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악’이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부의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비인간적 존재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연결된다”며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주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프랑켄슈타인’ 소설 속 괴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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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강사는 이날 강의를 마치며 “여러분이 책을 읽으며 갖게되는 경험과 생각들은 어떤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이라며 “책을 읽을 때 작가가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으며 자신의 사고영역을 넓혀 갈 것”을 당부했다.

송파도서관이 마련한 윤 강사의 ‘우리 안의 천사 혹은 괴물, 프랑켄슈타인’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강의에 참여한 배명고 2학년 이진욱 군은 “‘프랑켄슈타인’에 이렇게 많은 생각할 거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며 “진정한 독서는 끊임없는 분석과 생각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학년 정원구 군은 “소설 ‘프랑켄슈탄인’을 읽고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었는데 답을 찾는 생각의 길을 알려준 강의였다”고 말했다. 2학년 전주혁 군은 “책을 읽으며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는 방법을 알게 돼 유익했다”고 강의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박유미 배명고 사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소재인 ‘프랑켄슈타인’을 철학적 요소와 연결해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다방면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뜻깊은 강좌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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