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당신의 집콕, 건강을 위한 공간인가요

■우리는 실내형 인간

에밀리 앤시스 지음, 마티 펴냄





요즘처럼 ‘공간’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때가 또 있을까. 코로나 19 확산으로 재택 근무가 늘어나고, 회사나 식당, 공공장소의 공간 정비가 중요해지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현대인은 그곳이 집이든 회사든 학교든 건물 안에 오래 머무르는 실내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장소로만 여겨져 온 ‘실내’는 코로나 19를 계기로 보다 쾌적하고 건강하고 효율적인 공간이 되기 위한 변화의 중요성에 직면하게 됐다.



과학 저널리스트가 쓴 신간 ‘우리는 실내형 인간’은 “우리는 하루의 상당 부분을 실내에서 보내지만, 너무 익숙한 나머지 실내 환경이 가진 힘과 복잡성을 간과했다”는 반성으로 시작해 실내의 풍경과 구조, 디자인 등이 인간 사고와 감정, 행위, 사회적 상호작용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짚어본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소소한 변화가 얼마나 건강한 실내 생활을 만들어주는 지 보여주는 ‘좋은 변화’의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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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집콕 생활로 ‘확찐자’가 됐다면 스위스 제네바 병원의 시도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 병원은 2007년 세 달 간 계단 이용하기 캠페인을 벌였다. 12개 층마다 계단 사용 독려 포스터를 붙였는데, 캠페인 전 하루 평균 다섯 층 이하였던 병원 직원들의 계단 이용은 캠페인 기간 중 21개 층으로 늘었고, 12주가 지나자 직원들의 체중과 체지방, 허리둘레가 줄었다. 저자는 건축가들의 말을 빌려 “벽에 계단 표시를 붙이거나 계단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엘리베이터 입구를 멀리 옮기는 방식의 물리적 변경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공유 오피스인 위워크는 공간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데이터화해 공간 디자인에 활용한다. 예컨대 회의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회의 참석자는 평균 2~3명 정도이고, 12명이 들어갈 공간에서 진행된 회의의 61%는 참가자 수가 4명 이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프로젝터나 화이트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위워크는 ‘대규모 공식 프레젠테이션’ 못지않게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규모 그룹 회의 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고, 친밀한 느낌이 나도록 조명, 의자 소재 등을 골라 공간 디자인을 변경했다.

책은 이 밖에도 실내형 인간을 배려한 건축과 디자인이 어떻게 우리 삶을 바꾸는지 소개한다. 창문의 개수, 가구 위치 같은 사소한 점부터 감옥·정신병원 등에 ‘인간적인 디자인’을 입히는 것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스마트 홈·물 위에 뜨는 집·우주 마을 같은 생소한 실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뤘다. 1만 8,0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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