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근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낯선 대회가 막을 올린다.
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돼 홀수 해에 열리는 제32회 도쿄 올림픽은 23일 오후 8시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8월 8일까지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올림픽 개막식이라면 성대한 공연과 성화대에 불을 붙일 마지막 주자 등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것이 보통인데 이번은 다르다. 코로나19의 재확산 탓에 6만 8,000석 규모의 경기장에 950명 정도만 입장해 열릴 만큼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이 대부분 불참하며 대회 유치를 이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물론 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 일부도 일찌감치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 올림픽은 전체 경기 일정의 4%만 관중을 받는 사실상 무관중 대회다. 관중의 함성이 사라진 올림픽은 사상 최초다. 각종 스캔들도 끊이지 않는다. 학창 시절 장애인을 괴롭혔다는 논란에 개막식 음악 감독이 지난 19일 사임한 데 이어 개막식 전날인 22일에는 연출 담당자가 해임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태인 학살을 희화화한 과거 동영상으로 파문을 일으킨 뒤였다.
이번 올림픽은 여러모로 100년 전 대회인 1920년 앤트워프(벨기에) 올림픽과 닮았다. 1916년 대회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된 후 앤트워프 올림픽은 평화와 부흥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이내 스페인 독감의 광풍에 부닥쳤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부흥·재건을 올림픽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일본 정부의 계획은 코로나19에 묻혀버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통적인 올림픽 모토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에 ‘다 함께’를 붙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 함께 코로나19에 걸리자는 것이냐’는 조롱을 낳았다. 올림픽 관련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전날에만 선수촌 투숙객 중 선수 2명, 대회 관계자 2명을 포함해 12명의 대회 관련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감염자는 총 87명으로 늘었다.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아 경기 일정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대회를 밀어붙인 IOC와 일본 정부에 대한 책임론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킬리안 음바페(축구), 스테픈 커리(농구), 라파엘 나달(테니스) 등 스타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어렵게 참가를 결정한 선수들은 감염병 공포와 싸우고 있다. 따로 호텔에서 묵는 일본 선수단 외에 대부분 외국 선수들은 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는 선수촌에서 ‘개인 방역 철저’에만 기댈 수밖에 없다.
어찌 됐든 올림픽은 올림픽이다. 206개국 1만 1,000여 명의 선수들이 33개 종목에 걸린 339개 금메달을 다툰다. 이 중 7개 금메달을 가져와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들겠다는 게 한국 선수단의 목표다. 첫 금메달은 24일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오후 3시 30분 시작되는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의 진종오 또는 4시 45분부터 열리는 양궁 혼성전(남녀 1명씩) 대표가 첫 금메달 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