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 권위인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2020/2021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열고 정 명예회장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정 명예회장의 자필 서명이 음각된 대리석 명판도 디트로이트의 명소인 자동차 명예의 전당 기념관에 영구 전시됐다.
1939년 설립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토대로 자동차산업과 모빌리티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엄선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 이번 헌액으로 정 명예회장은 역대 헌액자인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1967년) ,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1969년), 벤츠 창립자 칼 벤츠(1984년), 혼다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1989년), 도요타 창립자 도요다 기이치로(2018년) 등과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됐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 헌액식이 함께 열렸다. 2020년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선정된 정 명예회장은 토마스 갤러허 제뉴인 파츠 전 회장, 헬렌 로더 아퀘트 전 GM 자동차 디자이너 등과 함께 헌액됐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측은 정 명예회장에 대해 “현대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글로벌 업계의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정 명예회장의 수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01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으로부터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수상한 바 있다.
헌액식에는 정 명예회장을 대신해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정 회장의 부인 정지선 씨를 비롯해 정성이 이노션 고문, 선두훈 영훈의료재단 이사장,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회장, 정명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브랜드 부문 사장,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등 가족도 함께했다.
정의선 회장은 대리 헌액 연설에서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을 영광스러워했으며 ‘현대차그룹의 성장과 함께 한 전세계 직원, 딜러뿐 아니라 현대차·기아를 신뢰해 준 고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아버지는 현대차그룹을 존재감이 없던 자동차 회사에서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탁월한 품질과 성능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은 현대차그룹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토대가 됐다”고 했다. 이어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이겨내고 독자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창업자 정주영 선대회장의 꿈이 결실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분이었으며 지금도 정 명예회장의 경험과 철학, 통찰은 현대차그룹이 더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최고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고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사명을 실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헌액식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경영활동과 업적을 조명한 헌정 영상이 상영됐고, 정 명예회장의 수소전기차 세계 최초 양산 및 전동화 주도를 상징하는 수소전기차 ‘넥쏘’와 전기차 ‘아이오닉 5’ 등이 전시됐다.
‘자동차 업계의 승부사’로 불리는 정 명예회장은 품질 제일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을 세계적인 완성차그룹으로 도약시켰다. 기아 인수를 주도해 인수 첫해만에 흑자로 전환시켰고 2010년에는 현대차·기아를 세계 5위권에 올리는 등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전문그룹을 출범시켰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등 소재·부품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미국 시장에서 최초로 ‘10년·10만 마일’ 보증을 내걸어 판매량을 늘리고 경쟁사를 긴장시킨 것은 정 명예회장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궁극의 에너지로 불리는 수소에 일찌감치 주목해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을 성공시킨 것도 정 명예회장의 업적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