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인돌2.0] “‘작은 아씨들’을 보면서 자신의 꿈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종로도서관이 마련한

영화평론가 최은씨의 ‘원작과 함께 영화읽기’

서울 배화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설과 영화로 ‘작은아씨들’을 탐색하는 시간 가져

영화평론가 최은씨가 지난 27일 서울 배화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강의에서 소설 ‘작은 아씨들’을 영화와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영화평론가 최은씨가 지난 27일 서울 배화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강의에서 소설 ‘작은 아씨들’을 영화와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27일 온라인 강의실에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 20여 명이 모였다. 원작 소설을 영화와 함께 해석하는 특별한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종로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영화평론가 최은씨가 강의를 맡았다.



이날 최 평론가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1868)’과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작은 아씨들(2019)’을 함께 분석해 설명했다. “‘작은 아씨들’은 착하고 사랑스러운 네 자매 메그, 조, 베스, 에이미의 꿈과 현실을 담은 소소한 가정 이야기”라고 설명한 그는 “소설과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세 명의 여성 작가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가 말한 세 명의 여성 작가는 이상을 좇느라 가정은 뒷전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원하지 않는 장르의 글을 쓰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던 원작 작가 올컷, 올컷의 환경과 모습을 꼭 빼닮은 ‘작은 아씨들’ 소설 속 작가지망생 둘째 조, 조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 닮아 어릴 때부터 소설 ‘작은 아씨들’에 매료됐고 영화로까지 만들게 됐다는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 거윅이다.

최 평론가는 여성 작가 올컷과 거윅이 그들의 소설과 영화에서 둘째 조를 포함한 네 자매의 꿈과 현실을 어떻게 담았는지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올컷의 소설에서 화려하고 예쁜 집에 사는 현모양처를 꿈꿨던 첫째 메그는 결국 옷 한 벌도 고민해서 사야 할 정도의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다. 유명한 문학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둘째 조는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의 작가가 된다.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걸 꿈꿨던 셋째 베스는 병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화가를 꿈꿨던 막내 에이미는 미술을 공부하러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지만 자신이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인생 목표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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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평론가는 “소설에서 네 자매가 각자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지만 작가 올컷은 여성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던 시대에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갔던 여성들의 강인한 모습을 네 자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독 거윅은 원작을 조금 변형시켜 작가 올컷의 이 같은 의도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냈다”며 주체적인 삶을 사는 네 자매의 모습을 거윅이 영화에서 어떻게 담았는지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거윅은 현모양처를 꿈꾸던 첫째 메그의 역에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배우 엠마 왓슨을 캐스팅했다. 당찬 이미지의 여배우 왓슨을 통해 모두 각자의 꿈을 선택할 수 있고 결혼해서 여성의 삶을 사는 것도 의미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둘째 조는 소설을 써 출판사에 찾아가지만 편집장으로부터 소설의 여주인공을 죽이거나 결혼시키라는 요구를 받는다. 조는 인세를 올리는 조건으로 출판사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지만 그 안에서 당당했던 당시의 여성들의 삶을 거윅은 둘째 조의 모습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거윅은 영화에 셋째 베스가 죽기 전에 둘째 조에게 ‘나를 위해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을 넣었다. 베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소설로 남아 자신이 꿈꿨던 것처럼 가족과 함께 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막내 에이미에 대해서 거윅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그녀의 모습을 여러 장면을 통해 강조해 보여줬다. 이것은 에이미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려는 것이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는 것을 원작보다 분명하게 알 수있게 해줬다.

작품의 해석을 마친 최 평론가는 “작가 올컷은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고 갈등하고 고민한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경험들을 사랑스러운 네 자매의 삶으로 녹여냈다”며 “이 소설은 시대의 주요 인물과 사건들 틈에는 동시대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소소한 삶들이 있고 이 삶들도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대중의 공감을 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네 자매 중 누구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학생들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최 평론가는 “‘작은 아씨들’의 원작과 영화를 다시 보며 당시의 여성들의 삶과 여러분의 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종로도서관이 마련한 최 평론가의 ‘원작과 함께 영화읽기’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강의에 참여한 배화여고 2학년 양지율 양은 “‘작은 아씨들’을 통해 그 시대의 여성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둘째 조가 인상 깊었고 조처럼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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