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넘어 사교육·부동산 등 내수 경제 기업으로까지 번지며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규제가 궁극적으로 자국 기업들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한국 등 해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규제 리스크를 피하고 지원 수혜를 누릴 반도체·친환경·첨단산업 등의 산업은 도리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플랫폼·사교육·부동산·헬스케어…단기 투자 주의=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선전 증시는 지난 26~27일 양일간 2~3%의 낙폭을 보이며 시가총액이 4조 위안(약 709조 원) 이상 증발했다. 이날도 상하이증시는 장 초반 2% 대의 낙폭을 기록하다 오후장 들어서야 서서히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반등에는 실패한 채 전 거래일 대비 0.58% 하락한 3,361.59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증시의 폭락은 지난 주말인 24일 중국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 기업에 대한 초강력 규제 폭탄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중국 금융 당국의 정책을 비판했던 발언을 계기로 플랫폼 기업들에 관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실제 이달만 해도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중국판 배달의민족이라는 메이투안, 글로벌 게임 기업 텐센트 등이 일제히 반독점법 위반을 빌미로 크고 작은 벌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규제가 사교육·부동산·헬스케어 기업 등으로 전방위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규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는 중국 투자에 신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8월부터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실적 시즌에 돌입하고 단기적으로는 분기 실적 호조가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규제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현시점에서는 주가 변동성이 계속 확대될 수 있다”며 “개별 기업에 대한 차별적 접근보다 업종 전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등 정책주 반사이익 두드러질 듯…韓 증시 영향력은 제한적=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불안이 한국 등 다른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규제는 표면적으로는 데이터 안보와 출산율 제고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기에 해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 정책이나 보복관세 등의 조치로 진행됐던 미중 무역 분쟁 당시와 달리 지금 빅테크 플랫폼에 관한 중국의 규제는 국내 통상이나 수출에 상당히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라며 “중국 규제 이슈가 단기적으로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 펀더멘털이나 증시 상승 추세를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위안화 가치 하락과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외국인 자금 이탈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외국인은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3,754억 원을 순매도했고 이날도 4,22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중국 규제로 도리어 반사이익을 누릴 산업군을 주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부동산 규제 등은 이어가겠지만 중국 제조 2025에서 제시했던 첨단산업 육성과 친환경 인프라 확대 등과 같은 분야는 여전히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도체·신재생에너지 등의 육성 산업은 오히려 차별화되는 흐름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