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3)는 열흘 가량 푹 쉬고 나온 탓인지 초반에는 실전 감각이 다소 무뎌진 것처럼 보였다. 오버파를 치는 등 샷이 날카롭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버디 행진을 펼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29일 제주 서귀포시 우리들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 상금 9억원) 1라운드. 박민지는 버디 5개, 보기 3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선두로 나선 오지현(25·5언더파)과는 3타 차 공동 8위다. 시즌 7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박민지는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6승을 챙겨 승률 50%를 기록 중이다. 시즌이 아직 절반 가량 남아 있어 각종 기록 경신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즌 상금 11억3,260만원을 쌓아 박성현의 시즌 최다 상금 기록(13억3,309만원)은 이변이 없는 한 돌파할 것으로 보여지고, 신지애의 시즌 최다승(9승) 경신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박민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각종 기록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다. 기록에 신경 쓰다 보니 역효과가 났다는 게 이유였다. 직전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46위로 부진했다.
이날 박민지는 출발은 좋지 않았다. 6번 홀까지 보기 2개를 범했다. 하지만 7번 홀(파4)에서 4m 버디를 성공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더니 9~11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았다. 10번 홀(파3)에서는 그린을 놓쳤지만 기분 좋은 칩인 버디를 기록했다. 14번 홀(파4)에서 3퍼트로 1타를 잃었지만 다음 홀인 15번 홀(파3)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박민지는 경기 후 “티샷은 좋았는데 아이언 샷이 좋지 않아 아쉽다”며 “그래도 한때 2오버파까지 갔었는데 무너지지 않고 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통산 5승의 오지현은 5언더파(버디 6개, 보기 1개)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2018년 이 대회 정상에 오른 게 마지막 우승이다. 이후 부상 등으로 부진하며 3년 가까이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는 13개 대회에서 출전해 절반이 넘는 7차례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첫날 선두로 나서며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오지현은 “최근 드라이버 정확도가 높아졌고, 말을 안 듣던 퍼팅까지 잘 되기 시작했다”며 “오늘은 티샷부터 아이언, 퍼팅까지 모두 다 잘 됐다”고 말했다.
아직 우승이 없는 한진선(24)과 김소이(27), 김나윤(26)이 4언더파 공동 2위, 직전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전예성(20) 등이 3언더파 공동 5위다. 올 시즌 아직 우승이 없는 최혜진(22)은 박민지와 함께 공동 8위(2언더파)로 출발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유해란(20)은 3오버파 공동 72위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