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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가디슈' 조인성 "돈 받고 연기 수업 듣는 느낌이었어요"

조인성 / 사진=IOK컴퍼니 제공조인성 / 사진=IOK컴퍼니 제공




조인성에게 연기란 하면 할수록 제로의 영역이다. 작품이 성공한다고 들뜨지 않고, 잘 안됐다고 상심하지 않는다. 다음을 생각하며 다시 제로에 영점을 맞춘다. ‘모가디슈’도 제로값부터 다시 시작했다. 과감하게 많은 것을 내려놓고 앙상블에 집중했다. 그리고 퍼즐 조각이 되기로 한 그의 선택은 옳았다.



영화 ‘모가디슈’ 개봉을 하루 앞둔 27일 조인성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로, 조인성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모였다. 조인성은 극 중 남다른 정보력과 추진력을 가진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참사관 강대진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에서만 보던 것을 스크린으로 확인했을 때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었어요. ‘이게 가능하겠나’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CG까지 완성된 부분이 있으니까 감동적이더라고요. 영화 자체도 그렇지만 그걸 넘어서 ‘우리가 만들어냈구나’ 하는 만족감이 있었죠. 고생 많이 했다고 생각했어요.”

‘모가디슈’는 개봉에 앞서 시사회 이후 호평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극장 개봉을 선택해 우려도 있었지만, 예매율 1위에 등극하며 흥행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조인성 역시 ‘더 이상의 욕심은 욕심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항에 만족해하고 있다.

“예전 한국 영화계의 코로나19 이전 상황까지는 안 되겠지만,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캔다’고 이 와중에 할 수 있는 것은 극장을 찾는 분들에게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을 소개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만들어낸 의도는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생생함인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지막 시퀀스로 넘어갔을 때 생동감과 생생함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어요.”

조인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춘 류승완 감독과 작업하는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다. 이 정도 스케일의 프로덕션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고 여겼지만 “류승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결론까지 도달했다. 주어진 시간 내에 가장 효과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류 감독의 모습을 보고 역시 베테랑 감독이라고 느꼈다.

“류승완 감독님이 갖고 있는 색깔이 있잖아요. 어느 순간에도 놓지 않는 위트와 유머, 액션을 찍을 때의 강렬함이요. 류승완과 조인성의 첫 번째 호흡에서의 일종의 ‘케미’도 기대했어요. ‘모가디슈’는 류승완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계 베테랑 감독으로서 많은 경험, 경험에 의한 합리, 듣는 귀, 그리고 카리스마 등 이 모든 게 ‘모가디슈’에 응집됐어요.”



조인성이 강대진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기존 캐릭터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동시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요소를 찾는 것이다. 큰 스케일의 이야기 속에서도 묻히지 않는 캐릭터로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아울러 자기 복제를 하지 않으려 자기 검열에 힘썼고, 류 감독에게 끊임없이 확인받으면서 작업하기도 했다.

“우리가 접해왔던 마블 영화 같을 걸 보면 상황이 심각해도 캐릭터들이 각자 갖고 있는 유머코드와 포인트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포인트를 잡아내려고 했어요. ‘탈출’이라는 소재가 엄숙하고 진지하고 장황하니까 지나치게 가볍지 않은 유머를 가져가려고 했죠. 다른 캐릭터들과 만날 때는 ‘케미’에 집중했어요. 어떤 때는 윽박지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굴하기도 하는 여러 모습이 모아지면서 벽돌을 쌓듯이 캐릭터를 하나하나 구축해갔어요.”



‘모가디슈’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30시간 정도를 거쳐야만 갈 수 있는 머나먼 땅에서의 4개월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인성은 힘들다는 생각보다, 배우이니까 겪을 수 있는 경험이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반갑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에만 기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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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풍경이 주는 새로움도 있는데 그런 것들로만 승부를 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면 밴드 음악을 하다 보면 밴드가 강하면 보컬이 빛을 못 받잖아요. 즉 앙상블이 중요한 건데, 다채로운 볼거리와 다르게 배우들은 인물에 집중했어요. 밸런스를 맞추려 한 거죠. 그래서 사람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예요.”



조인성이 강조한 것처럼 ‘모가디슈’는 한두 캐릭터만 빛을 발하는 작품이 아니다. 조인성은 ‘호흡은 맞췄다’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없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함께 4개월간 동고동락하며 가족처럼 생활했고, 오랜 호흡 끝에 생겨난 믿음이 연기로 나왔다. 그는 이런 것들이 ‘케미’라고 느꼈다.

“영화를 찍는 작업 환경으로는 최적의 환경이었어요. 어디로 벗어나지 못하고 같이 먹고, 이야기하고,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 그 표현을 쉽게 이해하게 돼요. ‘김윤석 선배님은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석했구나’라는 이해가 되면서 포용력을 갖게 되는 거죠.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연기 이상의 호흡이에요.”

그동안 홀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을 많이 선보였던 그는 강한 책임감 때문에 무게를 느껴왔다.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는 나날들이 많아졌고,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 가벼운 상태에서 연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때 ‘모가디슈’의 두 거목 김윤석, 허준호가 있다면 용기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가진 몫을 다 하면 되는 것이었요. 외적으로는 신경을 덜 써도 되고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었죠. 영화를 찍다 보면 연기 외적으로도 신경 쓸 게 간혹 있거든요. 스태프들의 안녕, 제작비가 주는 중압감 이런 것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부담을 갖게 돼요. 이번엔 그런 것들을 좀 나눠가진 느낌이라 좀 더 가볍게 임할 수 있었어요. 두 거목 덕분에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후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할 수 있었어요.”

“김윤석 선배님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배우예요. 참 대단한 분이지 않나요? 물론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개런티를 받지만, 돈을 받고 연기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선배님이 직접 가르쳐주는 건 아니어도 선배님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기회였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후배들이 그랬죠. 또 허준호 선배님을 보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손해일 거예요. 모든 후배들이 보고 많이 배웠어요.”



오랜 시간 배우 생활을 하고 있지만 배우로서의 이상향은 없다. ‘나’를 위해 연기하는 것일 뿐 경쟁 심리도 없다. 항상 현재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만 한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간의 공백기가 생겼지만, 그 시간 또한 조급해하기 보다 새로운 경험을 쌓는 데 사용했다. 팬들이 의외의 선택이라고 여겼던 첫 고정 예능 ‘어쩌다 사장’이 그랬다.

“‘안시성’(2018)이 끝나고 재빠르게 ‘모가디슈’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코로나19로 개봉이 조금 뒤로 밀리면서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꼴이 됐는데, 그 사이에 빨리 인사드릴 수 있는 게 무엇일지 나름대로 고민했어요. 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한 편을 찍으려면 6개월 이상 걸리고, 후반 작업까지 하면 1년까지도 걸리겠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너무 늦게 인사드리는 거라 고민하던 차에 차태현 선배님의 제안이 있었고, 유호진 PD를 만나게 돼 ‘어쩌다 사장’을 하게 됐어요.”

예능부터 ‘모가디슈’까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 올해, 조인성은 더 바쁘게 달릴 예정이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쉼 없이 달리는 장기 레이스 전이다. 특히 차기작 ‘밀수’로 류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제서야 이렇게 류 감독님과 만나게 됐는데, 그 인연 오래 가져가라고 두 작품 연속으로 하게 됐어요. ‘밀수’에서도 제가 주인공은 아니에요. 김혜수, 염정아 선배님 두 거목이 계시죠. ‘밀수’는 류 감독님과 서로 아는 상태로 만나게 돼서 감독과 배우 입장보다는 동료 같고, 경계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웃음)

“이렇게 많이 일한 적은 처음이에요. 올 초에 ‘어쩌다 사장’을 찍은 것이 3월에 방송됐고, 바로 뒤에 ‘모가디슈’ 홍보에 들어가게 됐고, 현재 ‘밀수’를 찍고 있거든요. 끝나자마자 또 ‘무빙’을 찍어야 해요. 올해 농사는 이렇게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어요.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자주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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