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아파트 '빵' 이었나…1년새 '쑥' 늘어난 정부 통계[집슐랭]

지난해 13만 4,000가구라던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올해 발표선 18만 3,000가구로 늘어

서울도 올 입주량 5,000가구 늘려 발표

"아파트 빵 아니다" 발언 달리 1년만에 수만가구 증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권욱 기자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권욱 기자




정부가 제시하는 주택 공급 계획 수치가 해마다 급증하면서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공급량이 한해 8만가구가 늘어날 정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분양된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내놓은 수치, 실제 공급가능량이 아닌 목표치를 모조리 공급량으로 산정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발언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1년만에 8만가구 늘어난 예상 공급 물량>

정부가 지난달 2021년 주거종합계획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주택 입주량은 27만 9,000가구, 서울은 8만 3,000가구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수도권 19만 7,000가구, 서울 6만 2,000가구와 비교할 때 1년만에 수도권에서 8만 2,000가구, 서울에서만 2만1,000가구가 늘어난 규모다.

시장에서는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기한이 짧은 연립주택의 공급이 늘었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허가와 착공,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할 때 과연 1년만에 한 지역에서 수만 가구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아파트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입주예상치가 1년만에 수만가구 씩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수도권에서 13만4,000가구, 서울에서 3만6,000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1년만인 이달 30일 집계에서는 수도권이 18만3,000가구, 서울이 4만1,000가구로 올해 입주량을 늘렸다. 각각 4만9,000가구, 5,000가구가 늘어났다. 지난해 11월30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빵이라면 밤을 세워서라도 만들겠지만, 아파트는 공사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던것과 달리 1년만에 아파트 공급 예상치가 수도권에서 수만가구가 늘어난 셈이다.

이 중에는 행복주택같은 임대주택이나 오피스텔 매입입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가 30일 공개한 서울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 목록을 보면 1만7,569가구 가운데 행복주택이나 청년주택 등 임대주택 2,417가구며, 이외에도 천호동 아스하임9차 등 이미 준공된 오피스텔도 일부 포함돼 있는 점을 확인할 수있다.

윤주선 홍익대학교 도시건축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 매입임대 등을 공급량으로 산정할 경우 공급량 숫자가 늘어나는 것 외에 과연 일반적인 주택 구매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매입임대의 경우 기축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기 때문에 신규 공급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부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 합동 담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장관의 왼쪽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 장관, 맨 오른쪽은 김창룔 경찰청장. /사진제공=국토교통부노형욱 국토부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 합동 담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장관의 왼쪽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 장관, 맨 오른쪽은 김창룔 경찰청장. /사진제공=국토교통부



<2·4대책 '희망 수치'가 공급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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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계획 외에도 현재 추진 중인 공급 실적을 산정하는 데도 일종의 ‘이상한 셈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4대책의 도심공급 계획이 대표적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월 4일 공급대책을 발표한 후 불과 5개월 여만에 도심복합, 공공정비, 주거재생 혁신지구 등 12만 6,000가구의 공급이 가능한 도심 후보지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다만 노 장관이 언급한 12만6,000가구의 경우 말그대로 후보지일 뿐 공급량으로 확정되지 않은 물량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도심복합사업이 52곳 후보지, 공공정비사업이 32개 후보지, 소규모도시재생이 27곳이다.

이 후보지는 정부가 개발을 추진할 대상으로 물색하는 단계이며, 실제로는 주민 10%의 동의를 얻어 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다시 3분의 2 이상의 토지주 동의 등을 얻어야 본 지구로 지정이 된다. 본지구로 지정이 된 이후에야 실제 공급되는 물량이 되는 셈이다. 결국 후보지는 정부가 공급하고 싶다는 희망 지역의 희망 물량에 불과한 셈이다.

실제 이같은 후보지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에서 "곳곳에서 ‘공공’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공공재개발 중 ‘최대어’라 불리는 흑석2구역을 포함해 강북5구역, 상계3구역 등에서 사업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도심복합사업지에서도 전포3구역과 당감4구역이 후보지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공공재건축의 경우에도 공급 규모가 가장 큰 선도사업지였던 관악 미성건영이 사업을 포기했다.

8·4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정부는 서울 도심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용산정비창, 마포구 랜드마크 부지,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등의 경우 지자체와 협의가 난항을 이뤄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발표 계획이 모두 실현된다는 점을 전제로 “정부 발표 공급정책이 추진되면 앞으로 10년동안 전국 56만호, 수도권 31만호, 서울 10만호의 주택이 매년 공급된다”며 “수도권 31만호는 압도적 물량”이라고 대외 설득에 나서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는 "공급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주택안정 대책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신규 공급을 발표하는 등 공급량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보다 기존에 발표한 공급 계획을 앞당겨 실현하는 것이 시장에 더 유의미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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