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급식이 정책 쟁점으로 부각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서 선별 복지인가 보편 복지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최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선정 과정에서 보편 복지 지지자들은 모든 국민에게, 선별 복지 지지자들은 소득 하위 80%에게만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보편 복지 또는 선별 복지에 대한 논쟁의 강도는 향후 대선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선별 복지’, 복지를 국가의 책무와 시민의 권리로 인식해 소득·자산 등의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을 ‘보편 복지’라 한다. 선별 복지는 재정이 빈약한 후진국에서 주로 활용되며 재정이 적게 들고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수혜자에게 낙인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적용 기준에 대한 불만은 물론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보편 복지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형 복지로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사회적 안정성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으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국민의 세금 부담을 키우는 단점이 있다.
대체로 보수주의자들은 선별 복지를, 진보주의자들은 보편 복지를 선호한다. 그러나 학계와 정책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선별 또는 보편 복지의 이분법적 사고보다 복지 정책의 성격과 정책 추진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보편 복지가 지향하는 보편성·형평성·공정성은 물론 선별 복지가 추구하는 유연성·다양성·선택권 모두 공공 정책이 추구해야 할 목표이기 때문이다.
보편 복지의 대표적인 예는 의무교육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재정 능력이 미흡했던 시절에 의무교육을 초등교육에 한정했으나 경제 여건이 나아지면서 그 대상을 중등교육으로 확대했다. 2010년 지방선거 최대 쟁점이었던 무상 급식의 경우 이에 반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함으로써 무상 급식은 보편적 복지의 또 다른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 과정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보편 복지의 대상은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상황이 호전되면 그 대상이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선별 복지 지지자들은 오 시장의 경우와 같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재난지원금 대상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경제 부처나 경제 전문가들이 보편 복지보다는 선별 복지가 항상 우월하다는 경직된 사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는 선별 복지를 선택함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크나 이번 재난지원금과 같이 소득 하위 88%가 대상인 경우에는 선별 복지의 비용 절감 효과보다는 대상자 선별을 위한 행정 비용과 수급 탈락자들의 불만에 따른 정치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부터 시행된 아동수당의 경우 소득 하위 90%에게만 지급하려던 당초 계획을 대상자를 가려내는 행정 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모든 대상자에게 주기로 바꿨다. 참고로 전국 3만여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이 아닌 보편 지급을 주장했다. 그 이유로 선별 지원을 위한 과다한 행정 비용, 아주 적은 차이로 수혜를 받지 못하는 국민의 불만, 선별 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무원의 업무 과중 등을 꼽았다.
반면 재난지원금을 코로나19 방역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별 복지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선별 복지를 선호하는 경제 부처나 야당은 일반 국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 자체를 강력하게 반대하든지, 그것이 정치적으로 곤란하면 소득 하위 88%라는 인위적 절충안에 합의하기보다 모든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도록 해야 했다.
향후 대선 과정에서 전개될 복지 논쟁에서도 ‘보수는 선별 복지, 진보는 보편 복지’라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사안에 따라 선별 복지와 보편 복지의 조화로운 조합을 찾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