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남북 군통신선 복원에 나서며 대한민국을 향해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핵 무력 완성 시간을 벌기 위한 위장 평화 전술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난과 코로나19 백신난을 모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핵 전력을 강화해 한미 동맹을 와해시키기 위한 기만 행동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과의 소통 노력을 지속하더라도 유사시에 대비한 전략 무기를 확충하고 군의 대비 태세를 한층 굳건히 해야 한다고 국방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까지도 핵무력 건설의 화룡점정으로 꼽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해왔다. 북한이 3발가량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3,000톤급 잠수함을 이르면 연내에 진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잠수함 건조 기지로 알려진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에서 지하 잠수함 기지 건설 공사가 재개된 정황이 포착됐다는 ‘38노스’의 분석이 지난달 말 나온 바 있다. 더구나 북한은 4,000톤급 잠수함도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핵 추진 잠수함 설계도 마쳤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북한이 갑자기 평화 모드로 전략을 변경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이외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나날이 엄중해지고 있다. 국방부에서 전략 기획을 담당했던 한 예비역 대령은 “우방인 일본을 제외하면 우리 주변국은 모두 핵 보유국이고 특히 중국은 핵 역량을 크게 늘려왔다”며 “유사시 주변국의 핵 도발을 차단하려면 우리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더 강력한 탄도미사일 전력을 갖추는 역(逆)비대칭 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핵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전문 기관인 ‘핵위협방지구상(NTI)’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약 32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핵탄두를 크게 더 늘릴 수 있는 핵 물질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농축우라늄(HEU)의 경우 약 11~17톤, 플루토늄의 경우 약 2.3~3.5톤가량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당초 중국은 지난 1964년 핵실험을 한 이래 자신들이 먼저 핵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천명해왔지만 ‘2012년판 국방백서’에서는 이 방침을 삭제해 유사시 선제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非)핵보유국인 우리나라가 이 같은 주변국들의 핵 군비 확장에 대응하려면 핵무기에 버금가는 고위력 무기 체계를 개발·획득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밀 감시·유도 체계도 확보해 유사시 적에 대한 대량 응징 보복을 할 수 있음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한미미사일지침이 올해 폐지돼 우리나라 미사일에 대한 사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이 폐지된 만큼 기존보다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양산이 시급하다는 게 군 안팎의 판단이다. 우리 군은 1~2톤 중량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국산 탄도미사일 ‘현무4’를 이미 지난해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는 한미미사일지침으로 사거리가 800㎞로 제한됐던 만큼 이를 개량해 사거리를 대폭 늘린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군이 이르면 연내에 인도 받을 3,000톤급 신형 잠수함에도 탑재할 수 있도록 현무 계열 탄도탄을 SLBM으로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학계에서도 위성 등을 이용한 차세대 에너지 공격 무기 개발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고출력의 에너지 빔을 위성을 경유해 적국 지상에 투발하는 무기를 수십 년 전부터 물밑에서 개발해왔다”며 “우리나라도 레이저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만큼 핵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같은 에너지 무기 체계 개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