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정작 탄소없는 원전은 배제…태양광으로 서울 면적 10배 뒤덮어

■ 2050 탄소중립 탈원전 폭주…장밋빛만 그린 '무탄소 사회'

태양광 등 날씨따라 출력 들쭉날쭉…전력수요 폭증 대응못해

원전·석탄보다 원료가격 비싸 전기요금 60% 이상 뛸 수도

ESS 활용하기엔 기술적 한계 여전…송전탑 놓고도 갈등 예고





탄소중립위원회가 5일 발표한 시나리오 초안에는 오는 2050년까지 ‘무(無)탄소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담겨있다. 석탄발전부터 액화천연가스(LNG)발전까지 탄소가 조금이라도 배출되는 에너지원은 포토폴리오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자력발전도 사실상 퇴출시키며 우리나라 에너지 대계를 재생에너지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장밋빛 미래를 내놓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에너지원을 배제하면서 생길 전기료 인상 가능성과 재생에너지 부지 확보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위원회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출력 조정이 가능한 LNG발전이 불가피한데 이를 배제한 안에 대해서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을 마지막 안전핀까지 뽑아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으로 전기 수요는 지금보다 배로 늘어날 텐데 수요를 떠받칠 공급원을 통제불능 상태로 두겠다는 것”이라며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대신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비중을 높여 에너지믹스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대비 최소 56.6% 이상을 차지해 국가 핵심 전원으로 올라선다. 기상 조건에 취약한 재생에너지의 특성 때문에 전력 수급 안정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겨울철 등 전력 수요가 높을 때 발전량이 특히 더 적다. 폭설로 태양광 패널 위에 눈이 쌓이거나 기온 하강으로 태양광의 발전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올 1월 1~14일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태양광발전량이 전체 수요에 기여한 비중은 0.4%에 그쳤는데 전력거래소 밖에서 거래된 자가용 태양광발전량을 감안해도 전체 태양광발전의 기여도는 3%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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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에 이어 위원회가 재생에너지를 보조할 전원마저 없애는 터여서 수급 문제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몰 시점부터 태양광발전의 발전량이 급속히 줄어드는 만큼 해당 시점에 태양광발전의 공백을 메워줄 보조 전원이 필요한데 전력 당국은 그간 출력 조절이 비교적 쉬운 LNG발전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위원회가 내놓은 가장 급진적인 안(3안)을 보면 LNG발전 역시 탄소를 배출한다는 이유로 전력 포토폴리오에서 배제된다. 일각에서는 특정 시간에 넘치는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담아 활용하는 안을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ESS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보조 전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전력 수요·공급 간 균형이 깨지면 주파수와 전압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한다. 탄소 중립 시나리오 작성에 관여한 한 인사는 “위원회 내에서도 보조 전원인 LNG발전을 없애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일부 환경 단체 출신 인사가 의견을 굽히지 않아 다소 무리한 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원전과 석탄발전의 퇴출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발전원 간 정산 단가 차이만큼이 전기 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인데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탄소 중립(재생에너지 50%, 원자력 34.4%, LNG 15.3%, 석탄 0% 가정)에 따라 단가가 2019년 ㎾h당 108원 70전에서 2050년 175원 40전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전기 요금이 61.4% 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위원회가 값싼 전원인 원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70.8%까지 높이는 안까지 내놓았기 때문에 인상률은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량이 늘고 투입하는 원료 가격도 비싸지는 것이니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늘어난 정산 단가는 전기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목표치에 맞게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발전량을 감당하려면 2050년 기준 태양광은 450GW 이상의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1GW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면적은 13.2㎢로 이를 정부 목표량으로 계산하면 5,940㎢다. 서울시 면적(605.2㎢)의 10배 가까이 되는 규모로 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하겠다는 셈이다.

위원회가 상용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발전원까지 에너지 믹스에 넣은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위원회는 암모니아 발전 등 ‘무탄소 신전원’ 비중을 최대 21.4%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나 LNG발전 대비 연소 속도가 20% 수준으로 매우 낮고 발열량도 50% 정도에 불과해 주요 발전원으로 삼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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