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탈탄소 과속에...철강, 전기로 매몰비용 68조

유럽,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20년 이상 소요

전기로에선 전기차 강판·선박용 후판 힘들어


탄소중립위원회가 철강 업계에 현재 운영 중인 용광로(고로)를 모두 전기로로 전환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5%까지 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운영 중인 용광로 12대를 모두 전기로로 전환할 뿐 아니라 수소환원 제철 기술을 100% 도입해 코크스 생산용 유연탄을 수소로 대체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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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소환원 제철 기술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상용화 시기가 아직 불투명하다. 일찌감치 연구에 나섰던 독일·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들은 이 기술의 상용화에 20~30여 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업체들이 수소환원 방식의 전기로로 전환하려면 기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 전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이 매몰 비용이 6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는 자칫 철강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탄소 누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의 기술로는 전기로에서 고급강을 만들기 어려워 전기차에 필요한 강판이나 선박용 후판을 만들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철강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탄소 중립 과속은 유럽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무시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 산업 역사가 긴 유럽은 설비가 낡고 조강 생산량이 우리보다 적어 공정 전환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 반면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세계 5위 수준으로 시설도 최근에 지어진 편에 속한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의 위상이 약한 유럽의 전략을 무작정 뒤쫒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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