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올해도 리콜 대수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리콜 대수가 판매 대수를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넘어섰다. 고가 차량을 파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자동차리콜센터 및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입차 업체들의 리콜 대수는 57만 7,341대로 판매량 14만 7,757대를 4배 웃돌았다. 리콜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26만대)보다 126%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는 99만 7,110대를 리콜해 내수 판매량 75만 6,631대의 1.3배를 기록했다. 리콜 차종도 수입차가 828대로 국산차(42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브랜드별로는 ‘럭셔리카’의 대명사인 독일차들의 리콜이 많았다. 포르쉐는 올해 7월까지 6,064대를 판매했는데 1,911대(31%)를 리콜했다. 3대 중 1대꼴이다. 리콜 사유는 모두 안전 결함 관련으로 2억 원이 넘는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가 단골 대상이었다. 지난달 이뤄진 파나메라 리콜의 경우 자동차 프레임과 서스펜션을 연결하는 부품인 ‘트레일링 암’ 파손 위험 문제로 실시됐다. 이 부품이 파손되면 주행 중 차체 안정성을 상실해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포르쉐는 지난 6월에도 같은 이유로 1억 원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 카이엔 쿠페 차량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리콜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메르세데스벤츠다. 벤츠는 1월부터 7월까지 4만 9,253대를 판매했는데 리콜한 차량은 6배인 총 29만 7,621대에 이른다. 차량 1대를 판매할 때마다 리콜은 6대씩 한 셈이다. BMW는 같은 기간 4만 2,283대를 판매하고 18만 7,166대를 리콜해 리콜 비율이 4배를 웃돌았다. 다만 이들 브랜드는 서비스센터에 입고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처리할 수 있는 결함도 리콜로 분류했다. 함께 ‘독일 3사’로 묶이는 아우디도 판매량(1만 3,430대)을 넘어선 1만 3,915대를 리콜했다.
안정성으로 주목받는 브랜드인 볼보도 판매량에 맞먹는 차량을 리콜했다. 올해 7월까지 판매량(8,782대)의 96%에 해당하는 8,465대를 리콜 처리했다. 미국 포드·링컨의 리콜 비율도 124%에 달했다.
자동차 리콜이 늘고 있는 것은 전자화(電子化)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자동차는 친환경과 고연비·안락성 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달리는 스마트폰’처럼 변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차량 결함 원인 분석에 어려움을 겪어 리콜 처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방 조치’에 해당하는 리콜을 많이 했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많은 회사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만 그만큼 제작 결함이 많이 발견됐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입차 브랜드들이 정비 센터를 대폭 확충하는 등 소비자 편의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