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반도체 시총 비중 31%→25% 뚝..."D램값 하락 우려 지나쳐"

[外人 '셀 반도체' 쇼크] 3,200선 무너진 코스피

메모리 반도체 시황 둔화 공포에 외국인 '패닉 셀링'

삼성전자 3.38% 하락...SK하이닉스도 작년말 수준

"리스크 이미 반영" "비중 축소해야"...주가 전망 엇갈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3,200선이 붕괴된 코스피 종가가 찍혀져 있다. /연합뉴스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3,200선이 붕괴된 코스피 종가가 찍혀져 있다. /연합뉴스




혼돈의 한 주였다. 반도체 현물 D램 가격 하락이 촉발한 외국인의 투매에 가까운 반도체주 매도 공세는 매서웠다. 8월 둘째 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순매도액을 기록했는데 이번 주 외국인의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합산 순매도(약 7조 6,000억 원) 규모가 이를 능가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주 내내 연중 최저가를 갈아 치웠고 선방하는 듯 보였던 삼성전자는 주 막판에 하루에만 3% 넘게 급락하며 지난해 말 주가로 되돌아갔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낙관에 과감한 베팅에 나섰던 동학개미의 계좌는 퍼렇게 멍이 들었고 국가대표 종목의 부진에 이번 주 코스피도 3% 넘게 하락하며 3,100선까지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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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방어에도 삼성전자 3.38% 하락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이날 2조 6,988억 원에 달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대량 매도세에 패닉장이 연출됐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38% 떨어진 7만 4,400원에 마감하며 한 주간 8.71%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 하락폭은 올해 1월 18일 이후 가장 컸다. 개인이 하루에만 2조 8,03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연초 9만 원대에 달하던 삼성전자는 최근 외국인 매도세에 ‘8만전자’가 무너지더니 이제는 ‘7만전자’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1.00% 오른 10만 1,500원에 장을 마치며 7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지난 일주일간의 낙폭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함이 컸다. 이번 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3.98% 하락했고 한때 네이버(NAVER)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두 종목 모두 연초 슈퍼 사이클 기대로 올랐던 상승 폭을 전부 토해내고 지난해 말로 돌아갔다.




쪼그라든 반도체…코스피 비중 6%P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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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속 반도체의 존재감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우(005935)·SK하이닉스 세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1.84%에 달했지만 이날에는 25.17%까지 줄면서 8개월 사이 6.67%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전자 비중은 19.43%로 약 23개월 만에 코스피 시총 대비 비중이 20% 밑으로 떨어졌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점유율 최저점은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당시의 17.5%다.

‘셀 코리아’ 아닌 ‘셀 반도체’?

외국인의 ‘패닉 셀링’은 국내 반도체 투톱에 집중됐다. 이번 주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각각 5조 5,740억 원, 2조 18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이번 주 외국인의 코스피 전체 순매도 규모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상승 궤도를 그렸던 반도체 업황에 변곡점 신호가 잡혔다는 진단이 하락의 빌미가 됐다. ‘수요 감소 속 공급과잉 상태를 이뤄 D램 가격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은 2분기부터 주가를 눌러온 재료였지만 예상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게 문제였다. 이번 주 업황 선행지표인 ‘D램 현물 가격’의 낙폭이 가팔라지며 현물가의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올 4분기 D램 가격이 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됐다.

지난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지난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D램 가격 우려 과도” VS “반도체 비중축소 바람직"

급락한 주가만큼이나 당혹스러운 것이 극명하게 나뉘는 전망이다. 국내 다수의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D램 재고 수준이 역사적 저점인 5~6일 수준으로 과잉공급 우려가 지나치며 내년 상반기 D램 가격 낙폭이 두 자릿수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신흥국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면서 올 4분기 국내 시장이 부침을 겪을 수 있으므로 단기 기계적인 반등이 나오면 반도체 등 주식의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내년 초 우려가 현재 반도체 주가에 녹아들었고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모든 우려를 반영했다는 판단에 반도체 주가가 힘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테이퍼링, 모멘텀 부재로 올 4분기 한국 증시에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급락 반작용에 반등이 나오면 이를 현금화해 더 좋은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코스피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코스피 폭락이 반도체 이슈에 국한될 뿐 시장 전체 이슈까지는 아니라는 주장과 4분기부터 조정장을 거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대립하고 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조정은 반도체 이슈에서 시작된 것으로 시장 전체 이슈까지는 아니다”라며 “화학·보험·은행·철강 등의 업종은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어 코스피 하락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 센터장은 “9월까지 코스피는 반등세를 나타내겠지만 10월 미국 시장의 조정으로 다시 밀리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시진 기자·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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