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VIEW&INSIGHT] 李, 신중한 언행으로 제1야당 품격 지켜야

이준석-윤석열 갈등 당내로 확산

재선의원 16명 공개 우려 성명

원희룡 "오만·독선 좌시 않겠다"

평론가때와 말의 무게 천양지차

갈등 확산 막는게 당대표의 책무

조권형 서울경제신문 기자조권형 서울경제신문 기자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석열(가운데) 후보에게 환영 꽃다발을 건네주고 있다. /성형주 기자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석열(가운데) 후보에게 환영 꽃다발을 건네주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당내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재선 의원 16명은 성명서에서 “이 대표가 내부를 향해 쏟아내는 말과 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원희룡 대선 예비 후보는 경선준비위원회의 예비 후보 토론회 강행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의 오만과 독선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여온 데 대한 반발이다. 이 대표는 지난 일주일간 페이스북에 △친윤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돌고래’ 발언 △김재원 최고위원의 경선준비위 월권 지적 △윤석열 후보 캠프의 봉사활동 보이콧 종용 의혹 △윤 후보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의 탄핵 발언 등에 대해 14개의 글을 올려 입장을 표명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너무 공격적이고 감정 섞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가장 큰 어른이며 중심을 잡아야 할 당 대표가 정치 평론·토론을 할 때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의 발언의 무게와 정치 평론가의 발언의 무게는 천양지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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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자중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발언들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도 언론 인터뷰에서 “말을 좀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말에 억울할 수 있다. 그간 누군가의 발언에 응수했을 뿐 먼저 지적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익명의 관계자들이 원리·원칙 없이 대표를 공격하듯 이야기하는 정략적 행태에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의 날 선 반응도 이해되는 면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 캠프에 있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입장에 선 당내 인사들을 지켜본 바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을 내팽개친 정치인들에 대해 ‘당을 흔드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대표에 대한 평당원들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당 게시판은 “망조” “건방” “꼴값” “국민의암” “탄핵” 등 이 대표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하다. 지난 당 대표 경선 때 다른 후보를 지원한 세력이 윤 후보 편에서 이 대표 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반응에 대해 “당내 최대 세력이 부당한 방식으로 위력을 과시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갈등 확산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이는 제1 야당 대표인 이 대표의 책무일 수밖에 없다. 당 대표는 대선이라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최종 책임자다. 이 대표에게는 ‘30대 0선’이라는 상징적 존재로서 과거 ‘노무현 돌풍’과 같은 ‘이준석 돌풍’을 이어갈 시대적 의무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품격이다. 말 하나하나의 시시비비를 가릴 게 아니다. 물밑에서 조율하되 공개적으로는 포용해야 한다. 그게 바로 당 대표가 걸어야 할 길이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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