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당내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재선 의원 16명은 성명서에서 “이 대표가 내부를 향해 쏟아내는 말과 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원희룡 대선 예비 후보는 경선준비위원회의 예비 후보 토론회 강행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의 오만과 독선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여온 데 대한 반발이다. 이 대표는 지난 일주일간 페이스북에 △친윤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돌고래’ 발언 △김재원 최고위원의 경선준비위 월권 지적 △윤석열 후보 캠프의 봉사활동 보이콧 종용 의혹 △윤 후보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의 탄핵 발언 등에 대해 14개의 글을 올려 입장을 표명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너무 공격적이고 감정 섞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가장 큰 어른이며 중심을 잡아야 할 당 대표가 정치 평론·토론을 할 때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의 발언의 무게와 정치 평론가의 발언의 무게는 천양지차”라고 밝혔다.
심지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자중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발언들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도 언론 인터뷰에서 “말을 좀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말에 억울할 수 있다. 그간 누군가의 발언에 응수했을 뿐 먼저 지적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익명의 관계자들이 원리·원칙 없이 대표를 공격하듯 이야기하는 정략적 행태에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의 날 선 반응도 이해되는 면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 캠프에 있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입장에 선 당내 인사들을 지켜본 바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을 내팽개친 정치인들에 대해 ‘당을 흔드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대표에 대한 평당원들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당 게시판은 “망조” “건방” “꼴값” “국민의암” “탄핵” 등 이 대표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하다. 지난 당 대표 경선 때 다른 후보를 지원한 세력이 윤 후보 편에서 이 대표 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반응에 대해 “당내 최대 세력이 부당한 방식으로 위력을 과시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갈등 확산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이는 제1 야당 대표인 이 대표의 책무일 수밖에 없다. 당 대표는 대선이라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최종 책임자다. 이 대표에게는 ‘30대 0선’이라는 상징적 존재로서 과거 ‘노무현 돌풍’과 같은 ‘이준석 돌풍’을 이어갈 시대적 의무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품격이다. 말 하나하나의 시시비비를 가릴 게 아니다. 물밑에서 조율하되 공개적으로는 포용해야 한다. 그게 바로 당 대표가 걸어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