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소시효 끝난 줄…" 그알에서 22년전 제주 피살사건 자백, 결국 체포

경찰, 살인 교사 혐의 피의자 김모씨 체포

"조폭 두목이 지시해 손씨 통해 범행" 주장

"유족 억울함 풀어주고 사례비 받으려 진술"

지난 18일 오후 경찰이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김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8일 오후 경찰이 검정색 상하의를 입은 김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기 미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 교사 피의자 김모(55) 씨가 22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은 김씨가 지난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살인 교사를 자백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도대체 그는 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했을까.

20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알고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제주지역 조직폭력배인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당시 조직 두목인 백모 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고, 동갑내기 손모 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백을 한 것은 해외에서 한국에 돌아올 때 필요한 여비라도 마련해보기 위해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사건 당시 유족이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만큼 자신의 자백을 통해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원혼을 달램으로써 유족 측으로부터 사례비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생각과는 달리 공소시효는 남아있었다. 명확히 말하면 2015년 7월 31일 개정 형사소송법(태완이법)에 따라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됐는데, 경찰은 김씨가 여러 차례 도피 목적으로 해외를 오가면서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일이 태완이법 시행 후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태완이법은 법이 시행된 2015년 7월 3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가능(부진정소급)하다.

관련기사



경찰은 김씨가 인터뷰한 내용이 자백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캄보디아에 있던 김씨를 국내로 송환해 지난 18일 제주로 압송했다. 또한 이튿날인 19일에는 김씨에 대해 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씨의 신병은 확보됐지만, 김씨가 방송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왜 당시 이 변호사를 살해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경찰이 추정하는 대로 김씨가 실제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등 의문점은 여전히 많다. 특히 김씨가 자신은 교사범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가 흉기 모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사건에 대한 진술을 상세히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그가 실제 살인을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김씨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당시 두목 백씨, 실제 범행을 저질렀다는 손씨를 조사해봐야겠지만 두 사람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99년 11월 경찰이 변호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 대해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라일보 제공지난 1999년 11월 경찰이 변호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 대해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라일보 제공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감춰왔던 진실을 말할 것인지, 이번 수사를 통해 22년 전 사건의 실체가 드디어 선명하게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 사건 피해자 이모(당시 45)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쏘나타 승용차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1년여 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이 사건은 6,0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기록을 남긴 채 발생 15년 뒤인 2014년 11월 공소시효가 만료되며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으나, 21년 만인 지난해 김씨가 방송을 통해 살인 교사를 자백하는 주장을 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박신원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