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귀막은 巨與 ‘입법 폭주’…법사위서 언론중재법 단독 처리

문체위→법사위→본회의 속전속결…민주, 다수 앞세워 단독표결 불사

필리버스터 땐 맞불 연설도 고려…국민의힘 "민주주의 붕괴 시발점"

정의당 "개혁이라 호도말라" 경고…여권서도 "어리석은 행동" 비판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중단 촉구 언론현업단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중단 촉구 언론현업단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새벽 3시 53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의석수를 앞세운 여당이 일방적으로 ‘언론재갈법’을 날치기 처리한다”고 강력 반발하며 퇴장한 후 민주당은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24일 오후 3시 20분부터 시작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정을 넘긴 25일 새벽까지 언론중재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충돌했지만 여당은 사실상 본회의 통과를 기정사실화했다. 여당이 단독 표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야당을 비롯해 언론·시민·학계는 일제히 반발했다.



여당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언론 재갈·언론 탄압, 무엇이 두려운가’라는 야당의 팻말을 뚫고 속전속결로 국회 통과를 매듭짓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에 이어 이달 19일 전체회의까지 야당을 패싱한 여당은 25일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까지 날치기하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법사위장뿐만 아니라 국회 정문, 계단 앞, 기자회견장 등은 여당의 개정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야당과 시민 단체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 관훈클럽 등 언론 7단체는 2,636명의 언론인 반대 서명지를 국회와 청와대에 전달했고 언론노조 등 현업 4단체는 국회 앞에서 언론현업단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들어갔다.

언론단체와 총력저지 나선 野…"징벌적 대상으로 펜 못꺾어"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법사위 강행을 예고하자 국민의힘·정의당 등 야당은 일제히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여당의 압도적인 의석수 앞에 개정안 통과를 저지할 방법이 사실상 없자 야당은 언론 단체들과 스크럼을 짜고 필사적인 ‘항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 단독으로 25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이뤄질 경우 개정안을 촉매제로 정치권은 내년 대선까지 출구 없는 극한 대립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등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막을 대안 모색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민주당은 야당의 본회의 필리버스터에 맞설 카드 마련에 나섰다. 여당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될 경우 송영길 대표가 직접 등판해 맞불 연설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개정안 처리에 맞토론까지 준비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열린 '거대여당의 입법독재, 의회횡포 규탄대회'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열린 '거대여당의 입법독재, 의회횡포 규탄대회'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입법독재 규탄대회에 참가해 “민주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언론재갈법’을 통과시킨다면 자유민주주의가 붕괴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려 개정안이 ‘당청’의 합작품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문 대통령 스스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라 했다”며 “좋은 말 다하고 뒤로는 나쁜 짓을 하는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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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도 언론 7개 단체(기자협회·신문협회·여기자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인터넷신문협회·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다양성을 최대한 포용하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다른 모습”이라며 “징벌적 배상으로 펜을 꺾을 수 있다 생각한 게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저희가 같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7단체는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도 간담회를 갖고 ‘야당·언론7단체’ 연대를 통해 개정안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언론인 2,636명의 개정안 반대 서명지도 청와대와 국회에 각각 전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왼쪽부터),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방송기자연합회 성재호 회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언론현업4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왼쪽부터),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방송기자연합회 성재호 회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언론현업4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앞서 정의당과 언론4단체(방송기자연합회·언론노조·기자협회·PD연합회)도 공동성명을 통해 여당이 독주를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성명을 통해 이들은 “자유언론실천재단·민변·경실련·한국법학교수회뿐 아니라 서울외신기자클럽·국제언론인협회·세계신문협회 등 해외 언론 단체들마저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8월이 아니면 안 된다는 민주당의 질주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언론 개혁이냐”고 반문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언론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미국 헌법을 기초했던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되새긴다”며 “언론을 입막음하려는 정부 여당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이 상황을 자성하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野대선주자…범국민 정권퇴진운동 경고


야당 대선 후보들은 정권 퇴진 운동까지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여 나갔다. 최재형·유승민·박진·윤희숙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은 전날 공동성명문을 통해 “여당이 날치기를 강행할 경우 범국민 정권 퇴진 운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희룡 예비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언론에 재갈도 물리는 민주당이 국민 재갈을 물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여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박용진 의원은 “취지에는 100% 공감하지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며 “언론이 주로 비판·견제·감시하는 대상은 돈 있고 힘 있고 백 있는 사람과 집단으로 그 기능이 위축되거나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조급함에 쫓기듯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자유언론실천재단(해직언론인 모임)까지 하지 말라고 나왔는 데도 강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진선희 법사위 전문위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검토 보고서에서 “허위 사실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는 경우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고 허위·조작 보도의 정의 및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등의 법문 표현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바, 헌법상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송종호 기자·주재현 기자·김남균 기자·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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