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보당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조사결과를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이날 최근 3개월간 진행한 코로나19 기원 조사의 결과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WP는 보고서에 코로나19의 최초 전염원과 경로에 대한 뚜렷한 결론이 담기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의 초기 발병지는 중국으로 지목되지만 그 기원을 두고는 여러 가설이 난무했다. 짐승으로부터 인간에게 자연 전파됐다는 일반론과 함께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정보당국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애초 미국 정보기관 중 두 곳은 짐승 전파설을 주장했으나 다른 한 곳은 중국 실험실 유출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확정적 결론에 가까워지도록 해달라"며 미국 정보기관들에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보관리들은 90일간 기존 정보를 분석하고 새 단서를 탐색했으나 끝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WP는 이번 조사에서 명백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는 이들은 애초에 많지 않았다고 했다.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지난 6월 야후뉴스 인터뷰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길 바라지만 못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원 규명에는 글로벌 보건자료 분석 등 과학자의 노력이 필요한 까닭에 해외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기관들에 무리한 업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보당국은 일단 이번에 작성한 보고서를 기밀에서 해제해 며칠 안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이 뚜렷하지 않은 보고서에 따라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부추겨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실험실에서 나왔다며 세계적 대유행의 책임을 중국에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대중의 반중정서에 영합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선용 선동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최근 과학계에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과학자 18명은 올해 5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서한을 보내 실험실 사고를 비롯한 모든 가설을 광범위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연구소 유출설을 배제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실험실 유출설 옹호자들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직원 3명이 2019년 11월 독감 증세로 대중이 널리 찾는 병원에 갔다는 등의 정보에 주목한다. 우한은 2019년 말 정체불명의 폐렴으로 코로나19가 WHO에 처음으로 공식 보고된 최초 집단발병지다.
다수 과학자는 많은 인수공통감염병 창궐 사례를 지목하며 여러 종의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거래하는 시장을 진원으로 의심한다. 지난 6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대유행 전 우한에 있는 시장 17곳에서 38종에 달하는 야생동물이 팔렸다.
코로나19 책임론과는 별개로 글로벌 보건계는 사회 보호를 위한 방역정책 수립의 첫 단추로 기원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질병학자들은 전염병이 확산하면 최초 진원인 '0번 환자(patient O)'를 찾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인다. 발병 시점, 방식, 원인 등 핵심적 의문이 풀리면 대유행 재발을 막을 방역정책을 기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WHO가 구성한 코로나19 조사단은 이같은 목적으로 지난 2월 중국 우한을 답사했으나 중국 당국의 감시 논란 속에 제한적 조사만 마치고 돌아왔다. 미국과 WHO는 현지 재조사를 요구하지만 중국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며 미군기지 유출설과 같은 정치적 역공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