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아산역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아산의 한 온천지구. 주말임에도 온천 이용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다. 아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가뜩이나 어려웠던 온천업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위기에 놓였다”며 “그나마 온천장을 오가던 지역주민들의 발길마저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뜸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했던 국내 주요 온천지구가 쇠락기에 접어든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온천업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온천지구 내 숙박시설의 폐업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유휴공간이 대거 발생해 도시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자 일부 지자체들이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쪼그라든 온천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지자체 단위를 넘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관광레저소비지출경제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관광숙박업 지출 규모는 2019년 동기 대비 40.1% 떨어졌다. 올 들어 5월까지 온천장의 지출규모는 2019년 동기 대비 66%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감률(39%)보다도 2배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지출 규모는 문화관광연구원이 신한카드 고객의 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값을 말한다.
온천발 연쇄감염에…이용자 수 절반 아래로 ‘뚝’
실제 충남 대표 온천도시인 아산의 온천지구는 코로나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아산시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아산스파비스, 도고온천, 온양온천 등 온천지구 3곳의 방문자 수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30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2019년 117만6,900명에서 지난해 42만8,300명으로 고꾸라졌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온천 관광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올해 온천장에서 코로나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올해 온천 이용자 수는 전년 보다 더 적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세로 온천뿐만이 아니라 다른 관광지도 타격을 입었다. 아산 송악면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 방문자는 지난 2019년 36만1,400명에서 지난해 9만9,214명으로 72.5% 급감했다. 매년 4만~5만명이 찾았던 외암민속박물관도 지난해 1만5,300명만이 이곳을 찾았다. 테마파크 피나클랜드의 경우 휴장에 들어간 지 1년이 넘은 상태.
다른 온천도시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북지역 대표 온천 지구인 충주 수안보에 위치한 온천장 5곳의 방문자 수는 2018년 59만명에서 2019년 63만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26만명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대전 유성온천 내에 있는 한 대형 온천장의 방문객 수도 2019년 17만3,679명에서 2020년 15만3,279명, 올 상반기에만 4만2,588명으로 줄어들었다.
상권 침체·지역경제 위축 우려에…지자체, 온천 구하기 골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지자체들은 기로에 선 온천지구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중 충주시와 아산시는 정부의 온천도시 시범사업에 공모해 대상지로 선정됐다. 기존 목욕 중심 온천이용에서 온천 치료요법과 온천수화장품 활성화 등 온천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충주시는 한방·온천수치료와 연계한 산림치유와 역사·문화관광 힐링 프로그램, 특화경관조성을 위한 연구를 추진한다. 아산시는 온천 전문기관인 헬스케어스파산업진흥원을 통해 온천 운동요법을 통한 건강개선 효과 검증과 온천이용에 따른 건강상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온천 산업박람회를 여는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국내에 온천의 성분과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 검증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단계에서 해당 작업을 완수해두면 향후 온천관광 활성화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대전 유성구의 경우 온천관광도시 실현을 위해 180억 원 규모의 유성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중앙에서 온천 관리하는 獨·日 … 정부 차원 지원책 필요
일각에서는 이같은 지자체 단위의 지원은 쪼그라들어가는 온천 산업을 살리기에는 미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천도시 시범사업비는 지자체별 1억원 수준이라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온천업 인프라를 제대로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는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긴밀한 공조로 온천 특화 도시를 육성하고 있는 상황. 연간 5,000만명이 방문하는 독일 남서부의 바덴바덴은 주정부의 공적투자로 관광·온천·컨벤션을 연계한 의료관광산업의 온천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유후인·벳부 등 유명 온천지구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온천협동조합이 지방정부로부터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맞춤형 온천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이제연·임태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도시상권 활성화와 재생 차원에서 온천자원 자체는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온천이라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도시 성장동력 확보와 도시경쟁력 회복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