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옥시아 이사회 의제서 IPO 제외…‘WD 합병’ 무르익나

닛케이, 양사 논의 막전막후 보도

상장 추진하다가 돌연 논의 배제

美日 정상회담 이후 M&A 떠올라

본사 소재지 놓고 벌써부터 '알력'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7일 기옥시아홀딩스는 미국 내 임원들과 온라인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기옥시아의 도쿄 증시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논의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이를 회의 안건에서 뺐다. 기옥시아는 이미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로부터 IPO 승인을 받는 등 IPO에 힘을 쏟고 있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현재는 IPO보다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병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WD와 기옥시아의 합병 추진이 단순한 기업 간 합병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서의 미일 연합을 의미한다며 두 기업 간 합병 논의와 관련된 막전막후를 다뤘다.
닛케이는 4월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반도체가 핵심 주제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세대(5G) 네트워크, 반도체 공급망,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 연구 등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미일 정상회담 시점에 맞춰 WD와 기옥시아 간 합병 논의가 부상했다”며 “양 사의 합병이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구상하는 미일 반도체 협력 구상과 들어맞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게클러 WD 최고경영자(CEO)도 앞서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옥시아의 파트너”라며 "함께 미래를 열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합병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관련기사



미국 정부가 일본과의 협력을 원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경계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절대다수의 기업이 팹리스(반도체 설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 결과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지난해 12%로 급감했다. 낮은 시장 점유율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에서 미일 연대가 과연 가능하겠냐’는 점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해 미국과 일본이 일종의 동맹을 맺는 것은 현실성이 있지만 동맹국이라도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의 지배권을 타국에 넘기는 것은 꺼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수요의 64%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에서도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D·기옥시아 건도 이미 본사 소재지를 두고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WD는 “세금 부담 등을 이유로 미국에 본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정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앞서 일본 자민당의 한 의원은 합병된 회사가 일본 기업으로 남는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을 수용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반도체는 데이터 사회의 초석으로 양국은 현재 반도체 산업 강화에 열정적"이라며 "이번 논의는 앞으로 미일 동맹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연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