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행 가능성을 직접 밝힌 가운데 빠르면 11월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내달 3일 공개되는 미국의 8월 고용 지표가 최근 석 달간 평균치 혹은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돌 경우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구체화한 뒤 11월 개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30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 시각)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면서 연내 테이퍼링 진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델타 변이가 불러올 리스크를 신중하게 짚어보겠다면서 시점을 구체화하지 않았으며 “기준금리 인상은 여전히 먼 이야기”라며 조기 금리 인상 우려를 차단했다.
유동적인 테이퍼링 시점을 결정한 변수로 미국의 8월 고용 지표가 지목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용에 대해 추가 진전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고용 지표의 개선 강도가 테이퍼링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만일 내달 3일 공개되는 8월 비농업 고용 증가가 최근 3개월 평균치(82만 2,000건) 또는 시장 예상치(72만 8,000건)를 크게 상회할 경우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고 11월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만일 8월 수치가 기대치보다 부진하면 9월 일자리 지표까지 확인한 뒤 11월 일정 발표, 12월 시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월간 1,200억 달러 수준인 채권 매입 규모를 매 FOMC 마다 150억 달러 씩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테이퍼링 종료 시점은 오는 11월 개시 시 2022년 9월, 12월 개시 시 2022년 11월이 된다. 이 연구원은 “2014년 테이퍼링 당시 매 FOMC마다 100억 달러 씩 채권 매권 매입을 축소했지만 현재 규모(1,200억 달러)는 과거보다 크다”며 “매 FOMC 마다 미국 국채(TB)와 주택담보증권(MBS)를 각각 100억 달러, 50억 달러 씩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테이퍼링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2013년처럼 금융 시장의 큰 파장을 낳은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작년부터 연준이 통화 정상화 기준, 현재 경제 상황 등에 대해 충분히 소통한 결과 이미 시장은 이퍼링 시행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2014년 테이퍼링 종료 이후 14개월 이후에야 처음 금리가 인상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테이퍼링이 실제로 진행된다고 하더라고 신흥국 자금 유출, 미국 국채 급등 등의 충격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