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학교 시설을 개선해 미래 교육에 걸맞은 환경을 갖추겠다며 시작된 교육부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특정 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까지 한 학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전학을 가게 생겼다며 서명을 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그린 스마트 학교 사업이 사실상 혁신학교 추진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신용산초와 용강중 사이로 난 등굣길에는 근조 화환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화환에는 ‘이게 나라냐! 너나 해라 스마트 미래학교’ ‘문제될지 몰랐다고? 말이야 방구야! 절대 반대!’ ‘조용하던 이촌동에 그린 폭력 웬말이냐’라는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용강중·신용산초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진열한 것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창의적 융합 교육, 디지털 기반의 학습 환경 등 미래 교육 방식에 대응해 학교 공간 및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18조 5,000억 원을 투입해 5년간 1,400개(2,835동) 학교를 개축 혹은 리모델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모듈러 교실’이라는 조립식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등 학습 환경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날 신용산초 2학년 자녀의 등교를 돕던 학부모 A 씨는 “현재 아이가 2학년인데 사업이 시작되면 6학년이 될 때까지 정식 교실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수업에 대한 공백이 우려되고 어수선한 환경에 아이가 얼마나 잘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학습 차질과 학부모의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사전 의견 수렴 과정이 사실상 전무했던 것도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올해 입학한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거세다.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떠나야 할 처지에 몰린 이들은 최소한 입학이 결정되기 전 관련 사실을 통지해 학교 선택권과 학습권을 보장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사실상 혁신학교와 다르지 않다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사업에 대한 반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같은 인식이 오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6일 건축가·교수·학부모 등을 불러 토론회를 개최하고 학부모 설득에 나섰다. 그럼에도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반대 서명에 참여한 박지영(45) 씨는 “지난주 학교 측에서 이 사업이 노후 건물을 보수하기 위한 사업으로 혁신학교랑은 다르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납득이 안 된다”며 “교과 수업, 시험 등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사실상 혁신학교 사업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예정된 대방초 방문을 취소하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들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관련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사업 대상 학교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어 해당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도 사안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긴급히 간담회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