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이 지구 전체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면서 수소차 시장도 열리고 있다. 교통 부문의 탄소 중립은 전기 배터리 차가 중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 탄소 중립 시대에는 전 세계 승용차 자동차 판매의 90%가 전기 배터리 차라고 예상했다.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과 중국은 이미 두 자릿수 이상의 전기차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IEA의 보고서에서 또 다른 의미 있는 예상은 수소차 부분이다. 승용차는 10%, 상용차에서는 35%가 수소차일 것으로 제시했다. 전기차가 대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소차 비중도 탄소 중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수소차 시대가 열린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린 수소의 생산 보편화 △충전 인프라에 대한 국가들의 투자 △대량생산 체제로 인한 차량 가격 합리화라고 판단된다. 깨끗한 수소의 생산이 확산되지 않으면 탄소 중립 수단으로써 수소차는 의미가 없다. 유럽연합(EU)이 그린 수소 전략을 발표한 후 전 세계에서는 그린 수소 생산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원유·천연가스·화학 등 탄소 다(多) 배출 업체들이 좌초 자산화될 사업을 수소로 대체하기 위해 투자에 열을 올린다.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장치의 설치는 지난해 200MW(메가와트) 수준에서 올해 400MW, 내년부터는 2GW(기가와트)로 급증할 전망이다.
수소 생산의 확대는 철강, 화학 등 산업체들의 수요를 넘어 교통 부문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EU는 탄소감축 목표를 상향하면서 주요 도로 150km마다 수소차 충전소의 국가 의무화 제도를 발표했다. 미국도 인프라 부양안에 교통 부문의 수소 허브를 건설할 예정으로 충전 인프라 건설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 최대 석유업체인 시노펙은 중국 전역에 1,000개의 수소차 충전소 건설 계획을 공시했다.
수소차 확산의 걸림돌로 비싼 가격이 꼽히는데 이는 연료전지 제조 가격 때문이다. 가격을 기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성장 초기에 의미 있는 수요 창출을 지원해서 대규모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나라 사례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수소차 판매의 70% 이상을 담당하며 무리할 정도로 수소차를 지원해왔다. 그 결과 국내 업체들은 100%에 육박하게 소재·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1조 3,000억 원의 수소 연료전지 공장 투자를 발표한 것이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중국도 10개 지역을 수소차 밸류체인 육성지역으로 선정해서 대규모 자금을 지원 중이다. 수소차 가격도 기조적인 하락 추세에 진입할 시기가 임박해오고 있다.
‘K-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을 선점했다. EU에 이어 미국까지 전기차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관련 업체들의 중장기 주가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흐름에 이제부터 수소차 관련주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수소차 관련주들은 최대 시장인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해외로 성장거점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대한민국 업체들의 수소차 관련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은 당분간 경쟁할 만한 대상이 없을 정도로 강하다. 탄소 중립 정책 강화로 수소차 인프라 설치가 활성화될 중국·유럽·미국 등에서 ‘K-수소차’ 관련 업체들의 시장 선점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