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의 한 대리점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동조합에 가입한 택배 기사들과의 갈등이 대리점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그동안 택배 대리점주들은 택배노조가 택배 기사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택배 대리점주가 “노조의 파업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함에 따라 진상 규명 결과는 물론 이번 갈등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31일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김포에서 택배 대리점을 운영해온 40대 A 씨는 전일 배송 물품을 나르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대리점연합회는 “현장에서 발견된 A 씨의 유서에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불법 파업과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했다고 쓰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A 씨와 A 씨가 운영하던 대리점 소속 택배 기사가 3개월간 갈등을 빚었다고 전했다. 배송 구역을 어떻게 나눌지 등이 갈등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원만하게 풀리지 않자 택배 기사 중 일부는 택배노조에 가입한 후 태업을 했고 비노조 택배 기사를 상대로 욕설과 폭행을 했다고 연합회 측은 주장했다. 해당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택배 기사는 17명 가운데 12명이 노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로 인한 배송 차질에 심리적 압박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는 노조원들이 비노조 택배 기사의 업무와 고객에게 전달돼야 할 상품의 배송까지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A 씨가 남긴 유서에도 담겨 있다. A 씨는 유서에 “택배업을 시작한 지 12년이 됐다”며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 방해, 무책임한 집배 업무를 비노조원과 버티는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다”고 썼다. A 씨는 “집단 괴롭힘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A 씨는 자신을 괴롭힌 노조원들의 실명도 유서에 썼다. 연합회 관계자는 “쟁의권도 없는 불법적인 태업을 방조하지 말라고 고용노동부에 수차례 문제 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이 상황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동안 노조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택배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리점주와 택배 기사는 개인사업자인 탓에 택배 기사의 태업과 같은 집단 행동에 대해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2017년 노조 필증을 발급 받았다. 지난 6월 택배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라며 여의도공원 집회를 비롯해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여러 대리점에서 배송 차질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택배노조는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부는 철저하게 진상 조사를 통해 처벌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전일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택배노조 측은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중인 상황에서 진위를 다투는 것은 결례”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조사를 통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경찰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전했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힌 택배노조는 장례 후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