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단기자금시장을 찾아 만기가 1년이 넘는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전날에도 신한카드가 2,000억 원 어치를 조달했는데요. 만기는 4년물(1,000억 원)과 5년물(1,000억 원)입니다.
신한카드가 올해 발행한 장기CP는 약 1조2,000억 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발행 규모(6,000억 원)의 두 배 수준이지요. 이밖에 우리카드(7,800억 원)와 하나카드(3,100억 원), KB국민카드(1조9,350억 원), 삼성카드(029780)(6,500억 원) 등도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발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같은 모습은 기존 회사채에 편중돼 있던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통로를 다각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여전사들의 유동성 관리를 위해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내놨기 때문이죠. 추후 자금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을 때 차환이 어려울 수 있는 회사채(여전채) 대신 유동화증권(ABS) 등 다른 자금 조달 통로를 늘리라는 겁니다.
기존 여전사들은 대부분 회사채(76%) 의존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지난해 3월 매도물량이 폭주할 당시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됐지요.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해 파생상품(ELS) 증거금 확보 이슈가 불거지자 증권사들은 헤지용으로 편입하고 있던 여전채를 대규모로 팔아치웠습니다. 당시 여전채의 금리스프레드(AA+등급, 3년물 기준)는 30bp(1bp=0.01%포인트) 안팎에서 60bp로 약 두 배 가량 상승했지요. 카드사와 캐피탈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금리인상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여전채의 스프레드가 다시 벌어진 것도 단기자금시장을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입니다. 지난 6월 한때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로 40bp까지 확대됐다가 다시 30bp 초반 선으로 안정세를 찾던 여전채 금리스프레드는(AA+등급, 3년물 기준) 8월 31일 40bp까지 재차 상승했습니다.
시장의 금리 변동성이 줄어들 때까지는 여전채 약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단기자금 수요가 아직 풍부한 만큼 장기CP 조달 환경은 계속 우호적이지요. 당분간 이같은 여전사들의 자금 조달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