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곰 인형





박복조




영등포 역사, 새벽 두 시가 넘었는데 불이 훤하다

그 남자,

의자처럼 누워 있다

누군가 가지고 놀던 곰 인형



의자에 버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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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처럼 버려져 있다

누군가 가지고 놀던 그 남자,

곰 인형처럼 의자에 버려져 있다

그 남자의 가슴에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남자가 의자에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세상 바닥에 버려진 곰 한 마리

의자 위에 구겨진 한 남자가 누워 있구나. 그 옆에 때 묻은 곰 인형 하나가 쓰러져 있구나. 세상이 공놀이하듯 남자를 가지고 놀다가 버렸구나. 팔다리가 늘어나도록 끌고 다니던 아이가 곰 인형을 내던지고 갔구나. 남자가 곰 인형 같고, 곰 인형이 남자 같구나. 버려진 것들이 먼저 잠들고, 버리고 가는 이들은 몇 정거장 더 흔들려야겠구나. 어쩌면, 남자가 세상을 가지고 놀다 버린 건 아닐까. 곰 인형이 성가신 아이 손을 놓아버린 게 아닐까. 당신이 누구든 세상에 버려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모두가 버려졌다면 저마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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