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발간한 ‘푸드 시스템(The global food system)’ 리포트는 지속 가능한 푸드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필요 요건들을 분석했다. 지속 가능한 푸드 시스템이란 인류의 건강과 자연환경에 모두 이로울 수 있는 식품의 수확·생산 및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칭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식품의 수확·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물 부족, 기후변화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균형 잡힌 식습관, 생산 효율 향상을 위한 디지털 농업, 식품 생산과정에서의 소실과 잔여 음식물 폐기 관리 등이 필요하다.
불균형한 영양 섭취는 인간의 기대수명과 건강으로 직결된다. 나아가 영양 과잉 또는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경제활동인구의 생산성 저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전 세계 경제에 부과되는 비용은 매해 약 13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영양 결핍은 성인이 됐을 때의 키와 소득 수준, 그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손실분에까지 영향을 준다. 영양 과잉 또한 과체중 인구의 이동에 필요한 추가 연료와 탄소 배출 비용 등 그 영향의 범위가 넓다. 식품 소비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식물성 위주로의 식습관 전환이 도움이 되는데, 이를 통해 탄소 배출 농도를 약 90%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고서는 대체 단백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체 육류와 대체 유제품 시장이 오는 2050년까지 1조 4,000억 달러로 약 10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농업도 효율적인 먹거리 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팜 솔루션을 적용한 수직형 농장으로 도심지 식품 소비의 80%까지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정밀 농업은 인공지능(AI), 드론, 자동화 기계 등으로 2050년까지 농업 생산성을 7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 소실과 음식물 폐기를 줄이는 노력도 시급하다. 현재 생산 판매되는 식품의 30% 이상이 폐기 또는 소실되는데 이 중 절반이 생산과정에서, 그리고 약 45%가 물류와 소비 단계에서 발생한다. 최적의 상태로 보관 기간을 늘리는 저온 저장고와 친환경 포장 기술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 기업들도 이 같은 대열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관련 사업을 하는 중소 비상장 기업들이 무려 600개 이상이라고 한다. 친환경 신사업으로 확장하는 전통 산업 기업들의 역할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신선 식품을 최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저장고 운영을 일반화했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사료 첨가제, 대체 단백질, 생분해되는 친환경 포장 등의 개발을 통해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기업들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주식 투자 관점에서는 긴 호흡을 통해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습관과 시스템의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고 기업 내에서도 성장 기회를 잡는 산업이 있으면 시장을 잠식당할 산업도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기존에 가공식품 사업의 비중이 큰 회사라면 대체 식품이라는 성장 동력은 생기지만 기존 사업의 성장이 더뎌질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오프라인에 강점을 둔 유통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확장하게 되면 기존 오프라인 사업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기존 사업의 성장 둔화에 대한 기우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항상 있었기 때문에 이를 선별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