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사회적 책무를 위반하거나 중대 사고가 발생한 공공 기관은 내년부터 경영 평가 시 윤리 경영 지표에서 0점을 받게 된다. 경영 평가에서 ‘미흡’ 이하(D·E)의 종합 등급을 받은 공공 기관은 개별 항목에서 좋은 등급을 받더라도 임직원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또 기관장 임기 중 성과급을 경영 실적에 연계하는 중기성과급제가 96개 준정부 기관 기관장으로 확대된다.
1일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내용의 공공 기관 경영 평가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배점 집계 오류로 경영 평가가 뒤바뀐 황당한 실수를 차단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같은 비윤리적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우선 윤리 경영 지표 배점이 3점에서 5점으로 확대되고 이해 충돌 방지 노력이 세부 평가 내용에 추가된다. 중대 위반이나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0점 처리된다. 현재는 최하 등급(E)에 대해서도 배점의 20%를 기본 점수로 주고 있다. 중대 사고 발생 시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지표를 원칙적으로 0점 처리하기로 했다. 중대 위반이란 LH 땅 투기 사태나 코레일의 고객 만족도 조사 조작 같은 사례가 해당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성과급 지급률과 산정 방식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 경영 관리, 주요 사업 등 평가 범주별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현행 방식을 폐지하고 종합 등급만을 토대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경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종합 등급이 D·E인 기관이 경영 관리 또는 주요 사업 범주에서 C등급 이상을 받아 성과급을 받는 사례가 없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LH는 올해 종합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경영 관리에서 C등급을 받아 성과급 지급의 길이 열려 있었다.
성과급 산정 시 타 기관들과 비교한 성과뿐만 아니라 개별 기관의 전년 대비 실적 개선도를 일정 비율(예시 10%) 반영한다. 기본 연봉 대비 120%로 과도하게 설정돼 있는 공기업 기관장의 성과급 지급률 상한을 기본 연봉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다. 이에 연동해 공기업 임원의 성과급 지급률도 일정 수준 낮춘다. 현재 공기업 기관장은 S(탁월)·A(우수)·B(양호)·C(보통) 등급에 따라 기본 연봉의 120~48%, 상임이사·감사는 100~40%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각각 100∼40%, 80∼32%로 낮춘다.
기관장 임기 중 성과급을 경영 실적에 연계해 3년간 나눠주는 기관장 중기성과급제의 적용 대상을 현행 36개 공기업 기관장에서 96개 전 준정부 기관 기관장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 공기업, 준정부 기관 임원까지 확대하는 것도 검토한다. 중기성과급제는 성과급을 3년간 분할 지급하고 전년 대비 경영 평가 등급 상승 또는 하락 시 2·3년 차 성과급을 증액 또는 삭감하는 제도다.
재무 경영에 대한 평가도 강화한다. 부채 비율 등 재무 위험도가 높은 공기업에 대해서는 전년도 대비 부채 비율 감축 실적을 지표로 설정한다. 다만 부채를 얼마나 줄였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외에도 평가 오류 재발을 막기 위해 평가단 내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평가 검증단을 신설한다. 경영 평가 발표 전 대상 기관에 결과를 공유해 이의 신청을 받고 평가검증단·기재부·공공기관연구센터가 참여하는 검증위원회가 최종 결과를 종합 검증한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로 검증과 관리를 강화할 경우 독립성이 훼손되고 정부 지배력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평가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확성이나 공정성을 외부에서 봐준다는 것”이라며 “기술적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지 평가 내용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설 평가 전담 기관을 신설하는 방안은 보류했다. 김윤상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평가 관리 시스템 구축, 수요자 맞춤형 평가 체계 구축, 평가의 실효성 제고를 바로 실행하려면 조세재정연구원 내에 있는 공공기관 연구센터의 기능을 조속히 확충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