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규제 사슬도 모자라 준조세 감옥, 기업이 ‘세금 ATM’인가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준조세’ 성격으로 거둬들이는 부담금이 내년에도 20조 5,000억 원에 이른다. 기획재정부가 3일 국회에 제출할 ‘2022년도 부담금 운용 계획’을 보면 부담금 수는 올해보다 1개 줄었지만 무려 89개에 달한다. 부담금 총액도 7,000억 원 줄었지만 경유차 감소로 환경개선부담금이 축소된 요인이 크다.



준조세는 특정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과한다는 명분과 달리 한번 생겨나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외려 2001년 7조 1,000억 원이었던 징수액이 20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총부담금만 100조 원이다. 감사원과 국회가 부담금 제도를 수술하라고 외쳐도 정부는 버티기 일쑤다. 감사원이 최근 18건의 부담금 위법·부당 사항을 파악했지만 언제 시정될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환경개선부담금 폐지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 영화입장권부담금의 경우 외부 전문가들이 폐지를 권고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부담금 등 각종 준조세 때문에 공장 증설을 포기한 기업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다. 이도 모자라 여권은 이익공유제 등을 명분으로 들이대며 기업 곳간을 털 궁리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기업을 ‘세금 내는 자동인출기(ATM)’로 생각한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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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공장 지을 땅을 무상 지급하고 법인세 감면 등을 내세워 ‘기업 모시기’에 혈안인데 우리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패권 전쟁 발발 8개월이 넘도록 ‘국가핵심전략기술특별법’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올해보다 12% 이상 늘어난 73조 원의 법인세를 예상하고 있다.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법인세율을 낮춰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시효가 다한 부담금이라도 조속히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규제의 사슬에서 준조세라도 획기적으로 줄여줘야 기업들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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