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확장재정 만끽한 文정부, 차기정부 稅收는 묶었다

■ 2023년 이후 경상 성장률 전망 4.0%로 낮춰

전망치 낮게 잡으면 세수 못늘려

돈 펑펑 쓰더니 임기말 돌연 현실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2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2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차기 정부 출범 이후인 오는 2023년 이후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연간 4.0%로 잡았다. 그동안 경상 성장률 전망치를 부풀려 세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나라 살림을 짰던 것과 달리 다음 정부에서는 세수를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임기 5년 동안 경상 성장률과 세수를 바탕으로 국가 부채를 400조 원가량 늘리더니 재정 정상화 부담을 차기 정권에 떠넘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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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5.6%에 달했던 경상 성장률이 내년에는 4.2%로 낮아진 뒤 2023년부터 3년 동안 매년 4.0%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상 성장률은 물가 변동분이 반영된 명목 GDP의 증가분을 보여주는 지표로 실질 GDP 성장률에 전반적 물가 움직임(GDP 디플레이터)을 더한 값이다. 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은 명목 가격에 부과되기 때문에 통상 경상 성장률이 높아지면 세수(稅收)도 이에 비례해 늘어나게 된다. 가령 내년 경상 성장률이 5% 상승하면 세수도 5%가량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책정됐던 성장률 전망치가 임기 말에 들어 갑자기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경상 성장률 전망을 낮게 잡으면 그만큼 세수 전망도 낮아지기 때문에 차기 정부의 재정지출 계획 수립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임기 내내 “재정은 쓰지 않으면 썩는다”는 논리까지 앞세워 지출을 펑펑 늘리던 문재인 정부가 차기 정부에는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대놓고 요구한 것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2023년 이후 실질 성장률을 2.5% 안팎으로 봤고 여기에 GDP 디플레이터를 더하면 경상 성장률 4.0%는 합리적인 기댓값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민간 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물가가 계속 떨어져 장기 불황까지 걱정했던 2019년 중기 전망(2023년 기준 4.1%)이 올해 전망치보다 더 높다”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성장률 전망이 고무줄처럼 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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