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핵 폐기 로드맵 없는 대북 제재 완화는 안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완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통신은 4일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어려운 인도주의 상황을 고려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이 유엔 안보리의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고 전했다. 안보리의 제재 완화 논의는 실현 여부를 떠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셈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이 “섣부른 제재 완화는 북한 정권에 경제 파탄의 면죄부를 안겨줄 뿐”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난달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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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남북대화 이벤트에 매달려 인도적 지원으로 포장한 대북 제재 완화를 내심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인도적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제재 문제에 더 과감하고 유연한 입장을 바탕으로 협력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대선 직전에 남북정상회담 등을 추진하기 위해 코로나 백신 지원과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섣불리 대북 지원을 추진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완화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하려면 먼저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김정은 정권이 핵 시설·물질 신고와 검증 일정을 담은 핵 폐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완전한 북핵 폐기를 전제하지 않고 단계적 북핵 동결 쇼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타협 시도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만들어주는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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